[쿠키뉴스=장윤형 기자] 정부가 지난해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촉발된 정신질환 범죄자에 대한 관리 강화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의료계 일부에서는 ‘치료명령제’ 시행의 제도 취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했지만, 법무부와 병원 간에 공조가 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법무부는 ‘2017년 국민 안전 및 법 질서’ 관련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단계별 맞춤형 치료와 교정 실시’를 골자로 하는 정신질환 범죄자 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정신질환 범죄자가 출소 이후, 또 다른 사회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염두해 ‘사후 조치’를 위한 ‘정신질환 치료’ 지원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정신질환·알콜중독 범죄자에 대해 3단계로 나눠 관리, 감독키로 했다. 1단계에서는 사회 곳곳에 산재해 있는 정신질환 범죄자에 대한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한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알콜중독, 정신질환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 가운데 재범위험성이 있는 경우 형의 집행을 유예하고 보호관찰관 감독 하에 전문병원에서 먼저 치료를 받도록 명할 수 있는 ‘치료명령’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5개 보호관찰소에 심리전문가를 배치해 정신질환자 조기 선별, 심리상담, 재범위험성 평가 등을 담당하도록 했다.
2단계에서는 교도소 등 교정시설 내 정신질환 범죄자의 치료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법무부 심리치료과는 정신질환 치료 대상자 중 징역 2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고위험군 수형자에 대해 별도의 ‘분류센터’를 마련, 전문 임상심리사가 범죄유형별 심층심리검사 및 재범위험성평가도구 등을 활용해 위험수준을 평가하고 관리하기로 했다.
3단계는 형을 마친 출소자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법무부는 치료감호 시설 출소자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하고자, 전국 5개 국립정신병원과 연계해 최대 20년까지 무상외래진료를 확대 실시하고 보호관찰관의 감독 하에 지속적으로 증상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창재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차관)은 “국민들이 범죄불안 없이 안전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필요 시에는, ‘치료감호 만기 종료 후 보호관찰제도’를 도입해 정신질환 범죄자에 대해 치료감호 만기 종료시 3년간의 보호관찰을 필요적으로 더 부과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법무부의 정신질환 범죄자에 대한 사후 관리 강화 방안에 대해 ‘고무적’이라는 입장이지만, 유명무실해지지 않기 위해 보다 세밀한 시행령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5개 공공병원을 통해 정신질환 범죄자에 대한 치료를 적극 시행하는 것은 당사자에게나, 사회적으로도 고무적인 일 이라”면서도, “다만 제도 시행 과정에서 효과를 높이려면 보다 실행 계획을 면밀하게 짜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신질환자의 경우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고, 필요시에는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치료를 적극 하지 않거나, 중도에 치료를 포기할 경우 질환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 이 교수는 “정부의 정신질환 치료 지원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치료를 하는 당사자가 병원에 꾸준히 올 수 있도록 치료 기간 꾸준히 점검하는 관리자가 있어야 한다”며 “치료를 중도에 포기하면 증세가 악화될 우려가 있는데 이를 방치할 경우 또 다시 정신질환으로 고통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제도 시행이 효용성 있게 추진되려면 법무부와 병원 간에 공조, 연계가 강화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정신질환 치료를 받는 기간이 1년이라고 가정하면, 치료가 4분의 1 또는 3분의 1정도 경과된 시점에서는 사법기관이 치료가 잘 시행되고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다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사회에서 ‘정신질환자=범죄자’라는 등식은 잘못된 인식”이라며 “누구나 정신질환으로 고통받을 수 있으므로 편견없이 따뜻한 시선으로 환자들에 대해 바라봐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또 다시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합리적 제도 시행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이를 방치하는 경우가 다수”라며 “앞으로 5개 국립병원 뿐 아니라 더 많은 병원들이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대상자를 확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2년~2014년) 묻지마 범죄가 50건 이상 발생하는 가운데, 50%이상이 길거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 3년간의 분석에 따르면, 163건 중 54%인 89건이 길거리에서 일어났으며, 공공장소에서도 21건(13%)가 발생했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법제사법위원장)은 묻지마 범죄가 늘고 있지만, 법무부의 대책은 소극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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