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고령사회] ‘하류 노인’ 실태, 수입 없고 지출 늘고

[기획-고령사회] ‘하류 노인’ 실태, 수입 없고 지출 늘고

기사승인 2017-01-16 00:34:03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빈곤에 허덕이는 ‘하류노인(신조어·생활보호기준 정도의 소득으로 생활하는 고령자)’이 한국 사회의 중대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노후 대책 준비가 안된 노인층이 각종 질병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 증가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지만, 고령사회에 맞춘 정책적 대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통계청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6년 가계금융 복지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층 빈곤율은 46.9%에 달했다. 오는 2026년 초고령 사회를 앞둔 한국 사회에 하류노인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노인들의 위기는 곧 한국 사회의 위기이기도 하다. 대다수의 고령자가 하류노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들을 위한 의료정책도 현행 제도와는 다르게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한 고령화에 대비해 개인 역시 자발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하류노인에게 없는 3가지, 수입·저축·의지할 사람

보건복지부의 ‘2016년 국민 노후준비수준 조사’에 따르면 재무·건강·여가·대인관계 분야의 노후준비 수준은 100점 만점에 평균 62.8점이며 이 가운데 재무분야(54.8점) 준비가 가장 부족했다. 이처럼 노후에 충분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하류노인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하류노인의 위기를 직감한 것은 일본이다. 일본 비영리단체 법인 홋토플러스 대표인 후지타 다카노리는 ‘하류노인’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장본인이다. 그는 하류노인에게 없는 3가지에 대해 정의를 내렸다.

첫째, 하류노인의 특징은 세대 수입이 없어 보통의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의 생활수준은 생활보호 수준이거나, 조금 더 나은 상황이다.여기서 생활보호수준이란 생활보조비와 주택보조비를 합한 금액이며,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충분한 저축이 적거나, 또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후지타 대표는 “충분한 저축이 없는 상태에서는 생활영위를 할 수 없다는 두려움은 물론, 갑작스런 사고나 질병, 요양과 같은 문제에 부딪혔을 때 당장 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뇌졸중이나, 폐암과 같은 큰 병에 걸려 치료가 어려워 요양시설에 입소해야 할 때, 노후자금이 부족하거나 있더라도 고액 의료비 지출로 위기에 직면한다. 이는 비단 고령층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가까운 미래에 고령자가 될 40∼50대 중년들이 노후자금을 위해 충분한 저축을 형성하지 않으면 이같은 일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셋째는 중증의 질병 등의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하류노인 가운데 상당수가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고, 외로움에 시달리다 고독사할 위험이 높다. 이들을 위한 사회적 돌봄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지병이 있는 고령자의 경우에는 쓰러진 채 발견되기도 어려워, 목숨을 잃는 사례가 다반사다. 이는 가족이 있는 노인들이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2대 혹은 3대가 같이 어우러져 살며 자식과 며느리의 보살핌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는 핵가족화, 1인 가구가 보편화되며, 혼자 사는 돌봄이 필요한 고령자는 앞으로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가족 중 부모가 중증의 질병이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하류노인으로 전락하게 되면, 자녀들 역시 경제적 위기를 겪거나 파산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일본학과 교수는 “한국은 여러 측면에서 생존원가가 높아 유병비율마저 높아지고 있다. 탄탄한 퇴직연금이 기대되는 근로자는 전체의 7%뿐이다. 은퇴 상황이 아니라도 근로소득이 단절되면 빈곤으로 전락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하류노인이 한국사회의 중대한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고빗사위는 2020년이라고 내다본다. 발본적 구조개혁을 포함해 정부의 정책적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고령사회 ‘노인’ 의료비 지출 증가, ‘통합의료체계’ 도입돼야

대한민국이 늙어가면서 의료영역에서 하류노인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올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은퇴 후 지출되는 의료비용은 상당한 부담이 된다. 고령사회를 맞아 ‘유병장수’하는 노인들이 많아지면서 그동안 저축했던 돈을 다 써버려 말년에 발생하는 의료비에 힘겨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은 전체 건보 적용인구의 12.3%(662만명)에 그쳤지만, 의료비는 전체의 36.8%를 차지했다. 향후 노인인구가 전체에서 약 25%를 차지하게 되면 전체 의료비의 75%를 노인의료비로 지출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정부의 노인의료비 지출은 해마다 급격하게 증가하는데, 고령사회에 맞춘 실효성 있는 의료정책이 구현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김철호 분당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장은 “노인들은 여러 가지 복합질병을 앓고 있기 때문에, 병원을 이곳저곳 다니다보면 진료비가 증가하기 마련이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정책은 행위별 수가제(Fee for service) 하에서 진료를 많이 할수록 의료비가 증가하는 시스템”이라며 “이제는 유럽처럼 진료분과별 시스템에서 벗어나, 의사가 한 명의 노인이 어떠한 건강상태에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맞춤형 노인의료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이것이 곧 사회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김 교수는 “그동안 우리는 노인들에게 필요한 의료의 기능을 치료 중심에만 뒀다. 그런데 복합질병을 앓는 노인들 상당수가 재활치료가 잘 안돼 삶의 질이 현격하게 떨어져 있다. 이들을 위해 ‘치료적’ 개념에만 정책이 치우쳐서는 안된다. 재활이나 그들의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춘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가치에 중점을 둔 수가제도(Fee for value)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인 의료 문제는 치료적 목적에만 치중될 것이 아니라, ‘사회적 돌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류노인의 경우 병에 걸려도 증상이 심해지거나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가 되기까지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질병에 걸려서 치료가 돼도 돌봄을 받지 못해 악화되기 일쑤다. 일례로 폐렴을 앓는 80대 독거노인이 병원에 방문해 치료를 잘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재방문하는 확률이 높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치료보다 ‘간병’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배우자가 사망하고 독거노인으로 살고 계신 분이 병원에서 퇴원해, 집으로 돌아가도 건강이 악회되는 이유는 치료의 문제라기보다 제대로 건강관리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이들 노인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의료기술보다 가까운 지역사회의 ‘돌봄’이다. 이들을 장기적으로 관리하고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류노인으로 전락하는 또 다른 변수는 질병의 ‘조기 발견’ 또는 ‘조기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노인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 1차 의료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김윤 서울대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현행 의료시스템은 병원 치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노인들의 경우 복합질병을 앓는 경우가 많아 질병 초기단계에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1차 의료를 중심으로 요양시설, 병원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환자를 총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합 의료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지금부터라도 2030년 초고령화 사회에 맞춰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철호 센터장은 “노인은 ‘전쟁터에서의 부상자’와 같은 존재다. 다친 사람이 있으면 그를 데리고 나갈 전우가 2명은 있어야 한다. 노인이 아프면 가족 뿐 아니라 사회가 돌봐야 하는 공적 책임이 수반된다”며 “노인 개인이나 가족에게 온전히 감당하라고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현행 장기요양보험, 의료제도 등을 개선해 각종 간병비, 의료비 부담으로 한 가정이 경제적 파탄에 이르지 않을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하류노인이란 생활보호기준의 정도의 소득으로 생활하는 고령자 또는 그 우려가 있는 고령자를 뜻한다. 수입이 거의 없으며 충분한 저축이 없고 의지할 사람이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류노인으로 전락하면 부모와 자녀 세대가 함께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 후지타 다카노리는 저서 ‘2020 하류노인이 온다’에서 하류노인 문제는 노인뿐 아니라 젊은층을 비롯해 40∼50대 중년층에도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하류노인의 세 가지 특징으로 수입이 없거나, 충분한 저축이 없고, 사회적으로 고립돼 외롭게 늙어간다는 것을 꼽았다. 하류노인이 늘어나면 결국 장래에 대한 희망을 잃은 젊은층의 소비 기피로 경제 발전이 저해될 수 있으며, 고령자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지고 사회적 가치관 붕괴로 이어진다고 경고한다. 

newsroom@kukinews.com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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