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윤민섭 기자] 1년 농사 성패를 결정짓는 포스트시즌, 그 1번째 경기인 와일드카드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12일 서울 상암 e스타디움에서는 SK 텔레콤 T1과 아프리카 프릭스의 2017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스플릿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전이 펼쳐진다. 경기를 앞두고 눈여겨 볼 만한 5가지 관전 포인트를 꼽았다.
▶ 세계 최강팀의 껄끄러운 상대
SKT에 흔히 붙는 수식어는 ‘세계 최강’ ‘무적함대’ ‘디펜딩 챔피언’ 등이다. 이들은 월드 챔피언십(롤드컵)과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등 각종 세계 대회를 수차례 제패했고, 지난 4월에는 롤챔스 스프링 통합 우승을 일궈냈다.
지난 7월 충격의 4연패 수렁에 빠지며 다소 기세가 수그러든 건 사실이다. 올 시즌 4위 성적은 2015년 리그제 출범 이후 최악의 기록이다. 그러나 4위임에도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유일한 팀이 SKT다. 그만큼 숱한 아수라장을 지나왔고, 증명해온 바가 많았다. 팬들은 이번 서머 시즌에도 SKT가 마법을 보여줄 것인지 큰 기대감을 갖고 있다.
이런 SKT 상대로 2017년 상대 전적에서 앞서는 팀은 딱 둘뿐이다. 1번째는 ‘천적’으로 꼽히는 삼성 갤럭시다. 삼성 갤럭시는 올 시즌 SKT와의 정규 리그전 2번을 전부 2대0 승리로 장식했다. 지난 스프링 시즌에는 2대0 승리와 패배를 1번씩 주고받았다. 따라서 삼성의 2017년 대(對) SKT전 전적은 3승1패, 세트 스코어는 6승2패다.
이들 다음으로 SKT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팀이 와일드카드전 맞상대 아프리카 프릭스다. 스프링 시즌과 올 시즌 모두 1승1패씩을 주고받았다. 이길 때는 화끈하게 2대0으로 이겼지만, 질 때는 1대2로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때문에 상대 전적은 2승2패지만 세트 스코어로 계산하면 6승4패, 오히려 아프리카가 우위에 선다.
▶ 불안한 상단
두 팀은 이번 시즌 탑라이너 때문에 골치를 썩였다. 아프리카 ‘마린’ 장경환과 SKT ‘후니’ 허승훈의 기복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장경환은 총 48경기에 출전해 116번 죽었다. 경기당 2.4번씩 죽은 셈이다. 허승훈과 주전 경쟁 중인 ‘운타라’ 박의진도 비슷한 수치를 남겼다. 25경기 출장해 57번 전사, 경기당 2.3데스를 기록했다. 하지만 허승훈은 16경기에 출전해 55번 사망했다. 경기당 3.4데스 기록은 리그 탑 라이너 중 가장 안 좋은, 높은 수치다.
장경환의 챔피언 풀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올 시즌 10개의 챔피언을 선보였다. 표면적으로는 평균 이상의 챔피언 풀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그중 케넨(4회)과 피오라(2회), 마오카이(1회)는 승률 0%를 기록했다. 나르(4회) 역시 1승3패의 초라한 전적을 남겼다.
50% 이상의 승률을 기록한 건 레넥톤과 자르반 4세(각 9회, 66.7%), 그라가스(8회, 75%), 럼블(8회, 62.5%)과 트런들(2회, 100%), 말파이트(1회, 100%)뿐이었다.
허승훈은 곤두박질친 KDA가 문제의 심각성을 대변한다. 지난 시즌 5.1로 시즌을 마감했으나 올 시즌은 1.5의 초라한 수치를 남겼다. 25승8패의 개인 승률도 7승9패로 폭락했다.
때문에 최근 활약은 박의진이 한 수 위라는 평이다. 박의진은 올 시즌 19승6패를 기록했다. KDA는 3.0이다. 대신에 박의진은 적극성과 공격력이 아쉽다. 킬 관여율 51.6%로 허승훈의 59.7%에 크게 못 미친다. 분당 적에게 가한 데미지(Damage Per Minute)도 403.1로 476.5의 허승훈에 비해 부족하다. 팀 데미지 딜링의 21.3%만을 담당했다는 것 역시 허승훈(26.3%)과 차이가 있다.
▶ 진형 선택권
4위 SKT에게 먼저 진형 선택권이 주어진다. SKT는 1세트에 블루팀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두말할 여지없이 블루팀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양 사이드 승률은 블루팀이 57.5%, 레드팀이 42.5%였다. 2라운드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자크와 케이틀린이 레드 팀의 고정 밴 카드로 자리 잡은 게 밴픽 싸움부터 블루팀을 유리하게 만든다.
여기에 아프리카는 유독 블루 팀 승률(16승7패, 69.6%)이 높고, 레드팀 승률(11승14패, 44.0%)이 낮다. 블루팀(14승8패, 63.6%)과 레드팀(12승7패 63.2%) 승률이 비슷한 SKT 입장에서는 상대가 좋아할 만한 진영을 양보할 이유가 없다.
한편 올 시즌 1라운드 경기에선 SKT가 블루팀으로 1세트를 치렀으나 패했다. 이후 2·3세트에 레드와 블루 진영에서 1번씩 이겼다. 2라운드 경기에서는 아프리카가 먼저 블루를 차지했고, 진영과 관계 없이 1·2세트를 전부 승리했다.
▶ 럼블과 코르키
두 팀 모두 럼블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아프리카는 장경환이 8회 골랐고, ‘스피릿’ 이다윤이 3번 정글로 플레이했다. SKT는 두 탑 라이너 모두 모스트 픽이 럼블이었다. 허승훈이 4회, 박의진이 10회 골랐다.
또 이다윤은 럼블로 승률 100%를, 박의진은 80%를 달성했다. 그런 만큼 두 팀에게 럼블은 몹시 가져오고 싶은 픽이면서 동시에 가장 넘겨주기 싫은 픽이다.
반면 미드는 성향 차이가 두드러진다. 이서행은 아프리카의 중추다. 어느 조합이든 간에 버팀목이 될 수 있게끔 ‘무난한’ 픽을 선호했다. 대표적 예가 코르키다. ‘페이커’ 이상혁은 2회 선택에 그쳤지만, ‘쿠로’ 이서행은 10회 선택해 시즌 ‘모스트 원’으로 만들었다. 갈리오 역시 마찬가지다. 이상혁은 5번 선보였지만 이서행은 2배 가까운 9번을 플레이했다.
이상혁은 캐리형 챔피언을 선호했다. 올 시즌 대세 챔피언이었던 탈리야(10회)를 제외한다면, 카시오페아(9회)와 루시안(6회)를 가장 즐겨 했다. 이서행이 카시오페아를 4회, 루시안을 1회 플레이했던 것과 대비된다.
또 원거리 딜러 간 선호 챔피언도 크게 달랐다. ‘크레이머’ 하종훈은 자야(14회)와 애쉬, 칼리스타(이상 9회) 순으로 선호했지만, ‘뱅’ 배준식은 애쉬(11회), 바루스(9회), 트리스타나(6회), 자야(5회) 순으로 플레이했다. 칼리스타는 4회 사용에 그쳤다.
시즌 말미로 갈수록 자야와 칼리스타에 대한 평가가 높아졌던 만큼, SKT 측에서 어떤 원거리 딜러 픽밴을 선보일지 팬들의 관심이 모인다.
▶ 와일드카드전 경험 유무
SKT는 와일드카드전이 처음이다. 늘 포스트시즌을 3위 이상의 성적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유례없는 슬럼프를 겪은 SKT에겐 이와 같은 도전자 위치가 익숙하지 않다.
와일드카드전은 여타 포스트시즌 매치와 달리 3판2선승제로 치러진다. 여태껏 5판3선승제에서 단 2번만 패배한 SKT지만, 이처럼 많은 걸 걸고 3판2선승제로 붙는 건 처음이다.
반면 아프리카는 지난 스프링 시즌에 와일드카드전을 겪어봤다. MVP에게 0대2로 패배하긴 했으나 경험을 해봤다는 데 의의를 둘 수 있다.
또한 당시 멤버는 전부 교체됐지만 지난 2016년에도 스프링·서머 시즌 모두 와일드카드전을 치렀다. 그러나 이는 아프리카 입장에선 잊고 싶은 기억이다. 총 3번의 와일드카드전에서 1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모두 0대2으로 완패했기 때문이다. 즉 ‘귀신같이 와일드카드전에 진출하지만, 귀신같이 와일드카드전에서 완패하는’ 징크스가 있다.
결국 이번 경기는 첫 와일드카드전을 준비하는 SKT, 그리고 4수 만에 와일드카드전 1승을 꿈꾸는 아프리카의 대결인 셈이다. 무게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 쉽사리 예측할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두팀 모두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