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레드카드]는 최근 화제가 된 스포츠 이슈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되짚어보는 쿠키뉴스 스포츠팀의 브랜드 코너입니다.
“올해 네 가지 목표가 있었다. 첫 째는 평양에서 열리는 여자대회에서 대표팀이 아시아 본선 자격을 얻는 것이고 둘째는 대한축구협회(FIFA) 평의회 위원 입성이다. 세 번째는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행, 네 번째는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이었다. 셋을 달성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논란으로 국민들의 높은 기대와 열망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계기가 됐다. 더욱 분발하겠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9일 서울 종로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사과’와 ‘만족’의 괴이한 투 트랙(two-track) 방식을 취했다.
이날 일선에 나선 정 회장의 발언은 ‘사과+변명+의문+미래’로 요약 가능하다. 작금의 상황에 대한 사과와 신태용 체제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 틀어진 여론에 대한 의문, 그리고 미래 투자다.
정 회장은 들끓는 여론을 의식한 듯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발언 면면에서 현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회장은 이날 ‘국민의 높은 기대’란 표현을 수차례 사용했다. 마치 왜 그런 기대를 가졌냐는 듯이 말이다.
이날 정 회장은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 없이는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선수들이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있다. 위축된 상황에선 절대 좋은 플레이가 나올 수 없다. 못할 때는 질책도 필요하지만 현재는 선수와 코칭스태프에게 격려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잔디와 함성에 이어 과열된 여론이 다시금 변명거리로 물망 위에 올랐다. 안일한 발상이다. 비난 여론은 스스로 바꿔야 한다. ‘프로페셔널’은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기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능력 내지는 전문가를 말한다. 그런 프로선수 중 제일 잘 하는 이들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야유를 환호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모르면 대책이 나올 수 없다. 한국축구는 가까운 미래인 2018 러시아 월드컵 전망이 매우 어둡다. 한 해설위원의 말처럼 월드컵 본선국 중 최하위는 정해진 듯 보인다. 순수하게 경기력으로 본 평가다.
한국축구 수준을 좀 더 냉철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 올해 성인 남자 축구대표팀은 1승3무4패로 추락했다. 월드컵 최종예선을 ‘통과 당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본선행은 운에 의해 성사됐다. 9회 연속 본선행의 화려함 이면에는 사상 처음으로 FIFA 랭킹에서 중국에 밀린 굴욕이 있다. 2002년 이전에도 이런 적은 없다.
침체는 성인팀만이 아니다. 올 여름 국내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은 유럽과의 격차를 실감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조별리그 초반 2경기를 승리로 가져갔지만 이후 잉글랜드, 포르투갈에 패하며 당초 목표로 한 8강에 다다르지 못했다.
사실 뚜껑을 열어보면 ‘대결’이란 표현은 낯 뜨꺼웠다. ‘도전’이 좀 더 적절하다. 한국을 1대3으로 꺾은 포르투갈 선발라인업을 보면 11명 전원이 포르투갈 프로팀 소속이다. 이번 시즌 우승을 차지한 SL 벤피카 선수는 4명이나 있다. 무리뉴 감독을 만든 FC 포르투도 4명이다. 이 외에도 스포르팅 리스본, 브라가 등 리그 우승에 근접한 팀이 즐비하다.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패한 잉글랜드의 스쿼드도 화려하다. 결승골을 넣은 키에런 도웰과 한국 골문을 줄기차게 두드린 아데몰라 루크만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에버튼 소속이다. 이 외 선수도 아스널, 첼시, 토트넘, 리버풀,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 프로팀에 몸담고 있다.
반면 한국은 프로팀 소속 선수가 5명뿐이었다. 당시 FC 바르셀로나 B(리저브)와 후베닐A에 속해 있던 백승호와 유승우, 그리고 K리그 3인방이 그나마 ‘프로팀’ 맛을 본 선수들이었다. 대부분이 대학팀에서 프로데뷔를 준비 중인 선수였다.
프로팀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K리그 팀들은 아시아 프로축구 대항전인 챔피언스리그에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전북 현대가 승부조작혐의로 출전 자격이 박탈된 가운데 서울, 수원, 울산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그나마 사상 첫 16강에 오른 제주는 우라와 레즈(일본)에 연장 접전 끝에 패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8강에 K리그 소속팀이 단 한 팀도 오르지 못한 건 2009년 대회 개편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정 회장이 미래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건 긍정적이지만 당장의 처방전이 될 수 없다. 대표팀은 현재와 미래를 모두 품어야 할 의무가 있다. 아직까지 문제보다는 희망을 보는 정 회장의 태도에 아쉬움이 남는다. 당장 특단의 개혁이 필요하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