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도 어느덧 3경기만을 남겨 놨다. 약 1달간에 걸쳐 진행됐던 대회였지만 패치 버전은 7.18로 쭉 동일했다. 그동안 메타 연구는 점점 고도화됐고, 팀들은 생존하기 위해 자신만의 ‘베스트 픽’을 찾아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관심이 쏠리는 라인은 단연 바텀이다. 아이템 ‘불타는 향로’의 재발견과 함께 원거리 딜러의 캐리력이 유례없이 강해졌으므로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오는 28일과 29일 이틀간 중국 상하이 오리엔탈 스타디움에서 펼쳐질 4강전. 4팀은 과연 어떤 전략을 준비해올까.
▶ WE는 코그모, 삼성은 트리스타나 선호
가장 특색 있는 밴픽을 보여준 팀은 중국 팀 월드 엘리트(WE)다. 이번 대회 본선에서 총 11세트를 치른 이들은 코그모를 5번, 케이틀린을 3번 선택했다. 경기 중반 딜로스를 감수하더라도 극후반을 바라보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WE 외에 4강에 진출한 팀은 두 챔피언을 고평가하지 않았다. 코그모는 로열 네버 기브업(RNG)이 3회, SK텔레콤 T1이 1회 선택했을 뿐이었으며, 케이틀린 역시 SKT만 1회 선보였다.
8강에서 12승1패를 기록하면서 명실상부 1티어 원거리 딜러로 떠오른 트리스타나였으나 WE의 판단은 조금 달랐다. 지난 22일 클라우드 나인(C9)과 풀세트 접전을 벌였던 이들은 3세트까지 트리스타나를 밴도, 픽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상대 트리스타나에 당해 2·3세트를 내주고 나서야 밴 카드를 투자했다.
이들에 맞설 삼성 갤럭시는 트리스타나를 가장 노골적으로 사용한 팀이다. 조별예선에서는 트위치와 바루스를 각각 2회 선택했으나 8강에 접어들면서 방향을 우회했다. 지난 19일 롱주 게이밍을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완파한 삼성은 3세트 모두 트리스타나를 선택, 바텀 라인을 지배했다.
서포터 선택에서도 두 팀은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우선 WE는 잔나에 애착을 갖고 있었다. 지금까지 잔나만 6회 선택했고, 룰루는 2회, 타릭·라칸·카르마는 1회 선택에 그쳤다. 물론 8강전에서는 잔나를 스스로 2회 밴하고 1회 상대에게 넘겨주는 등 플랜B가 준비돼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삼성은 롱주전에서 원거리 딜러 파트너로 타릭과 라칸을 택했다. 소위 ‘정통향로’ 서포터로 분류되는 잔나·룰루를 상대방과 나눠 갖지 않고 그 대신 ‘유사향로’ 서포터로 불리는, 향로 효과의 효율은 떨어지더라도 팀파이트에 강점이 있는 챔피언 간 맞대결을 유도하는 전략이었다. 플레이메이킹 능력이 뛰어난 서포터 ‘코어장전’ 조용인의 활용도를 높이고자 했던 의도로 풀이된다.
▶ RNG는 향로 사랑, SKT는 다양성 중시
8강전 삼성과 가장 비슷한 밴픽을 구사했던 팀은 SKT를 벼랑 끝까지 몰아붙였던 미스핏츠였다. 삼성이 향로 효과 반감을 감수하면서까지 서포터 자유도를 높였다면, 미스핏츠는 한발 더 나아가 미드·정글이 불타는 향로를 구매함으로써 ‘이그나’ 이동근에게 이니시에이팅의 전권을 부여했다.
이 경기에서 SKT는 자야를 5세트 내내 밴했다. 상대 원거리 딜러 ‘한스사마’ 리브 스테벤이 지난 서머 스플릿에서 가장 많이 사용했던 픽을 ‘저격밴’한 것이었다. 하지만 오는 28일 RNG전에서는 이러한 바텀 저격밴 전략을 보기가 힘들 전망이다. RNG는 어떤 원거리 딜러를 나눠 갖든 간에 바텀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팀이다. 프나틱전 5세트에서는 밴카드 5장을 전부 원딜에 투자하며 원거리 딜러 싸움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서포터 또한 마찬가지다. RNG는 중국팀답게 정통향로 서포터를 선호했다. 조별예선에서 6게임을 치르는 동안 무려 5번이나 연속으로 잔나를 선택했을 정도였다. 때문에 이들과 8강에서 맞붙었던 프나틱은 밴 카드 3장을 향로 서포터에 투자하는 등 어떻게든 정통향로 서포터만은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었다.
하지만 RNG는 급기야 소라카· 모르가나까지 꺼내들면서 반드시 게임을 정통향로 서포터 맞대결로 끌고 가겠다고 응답했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등소평의 말처럼 올 가을 RNG에게 서포터란 ‘흰 실드든, 검은 실드든 향로 효과를 잘 주는 게 우선인’ 포지션이다.
반대로 SKT는 정통향로 서포터인 룰루·잔나를 가장 많이 활용하긴 했으나, 그 외에도 유사향로 서포터로 대접받는 타릭·라칸·트런들 그리고 탱커 서포터 탐 켄치, 브라움 등을 꺼내들었을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서포터를 섞어 활용 중이다.
원거리 딜러 포지션도 비슷했다. SKT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원거리 딜러 챔피언을 사용한 팀이다. 트위치를 4회, 코그모와 트리스타나를 2회, 베인·케이틀린·바루스를 각각 1회 선택했다. 자야를 제외하곤 현 메타에서 나올법한 원거리 딜러를 전부 꺼낸 셈이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