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계열사들이 지주회사에 지급하는 ‘그룹 브랜드’ 사용료가 연간 9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브랜드 사용료란 계열사들이 그룹 CI 상표 등을 사용하는 대가로 지주회사 등에 지불하는 서비스 요금을 말한다.

3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그룹 브랜드 상표권 사용료 수입은 2014년 17개 집단 8655억원에서 2016년 20개 집단 9314억원으로 늘어났다.

앞서 공정위는 2014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3년간 상표권 사용거래가 있는 20개 대기업집단 소속 297개사를 대상으로 상표권 사용료 지급현황과 수취현황 등을 점검했다.

대상기업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인 삼성, SK, 한화, 두산, 한진, CJ, 부영, 미래에셋, LS, 금호아시아나와 공시대상 기업집단인 코오롱, 한진중공업, 한라, 한국타이어, 현대산업개발, 아모레퍼시픽, 하이트진로, 한솔 등이다.

다만 현대자동차그룹과 롯데그룹은 각각 계열사들이 비용을 갹출했다는 것과 브랜드를 계열사들이 공동 보유했다는 이유로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20개 기업집단 중 상표권 수입이 가장 많은 곳은 LG그룹으로 2458억원에 달했다. SK그룹 2035억원, CJ 828억원, 한화 807억원, GS 681억원, 한국타이어 479억원, 두산 331억원, 한진 308억원, 코오롱 272억원, 한라 254억원, LS 206억원, 금호아시아나 188억원, 한솔 128억원, 삼성 89억원 순이었다.

브랜드 사용료는 매출액 또는 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 등을 제외한 금액에 일정비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선정됐다.

사용료가 매출에서 50%를 넘는 곳도 있었다. CJ가 66.6%로 가장 많았으며 한솔홀딩스 53.0%, 한국타이어월드 53.0%, 코오롱 51.7%, 한진칼 51.2% 순이었다.

당기순이익의 100%를 차지하기도 했다. CJ는 145.3%로 45.3% 초과였으며 한국타이월드도 107.0%나 됐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브랜드 상표권 사용권 수취가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올해부터 상표권 거래현황을 공시 대상으로 의무화하는 등 감독을 강화한다.

이밖에 공시실태 점검과정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 금호아시아나, 한국타이어·한국타이어월드와이어, 코오롱·코오롱글로벌·코오롱이엔지니어링 등 4개 집단 7개사가 8건의 공시의무를 위반해 2억95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번 실태조사를 계기로 공시규정 개정안에서 ‘상표권 사용 거래현황’을 기업집단 현황 공시 의무 사항으로 규정하기로 결정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