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에서 내려 서귀포시까지 차로 한시간을 달렸다. 아직 눈이 덜 녹은 이차선 도로를 지나자 여느 공장과는 달리 낮은 형태의 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유일하게 국내에서 생산된 알로에를 가공하는 김정문알로에 공장이다.
지난 9일 점심 무렵 도착한 김정문알로에 공장은 아침 세척 작업을 마치고 고요했다. 김종곤 김정문알로에 이사는 “며칠간 유례없는 폭설로 직원들이 출근도 못했었는데 마침 눈이 그쳐 오전부터 가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정문알로에 창립자인 고(故) 김정문 회장은 제주도가 물 빠짐이 좋고 일조량이 풍부해 최적의 알로에 재배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 1989년 당시 3만3000여㎡(약 1만평) 부지 규모를 갖춘 이곳에서 친환경 방식으로 식용알로에를 재배했다. 이후 1982년 건조공장 인·허가를 받았으며 2015년 현재 공장 위치에 총 3개 공장을 완공하고 현재에 이르렀다.
김정문알로에는 직영농장을 비롯해 16개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건강기능식품에 쓰이는 ‘알로에베라’와 ‘알로에아보레센스’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생잎을 농장으로부터 제공받아 공정을 거쳐 제품을 생산하는 곳은 국내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알로에는 99.5%의 수분과 0.5%의 유효성분으로 구성돼 있다. 비타민·미네랄·아미노산·효소 등 영양분을 비롯해 장 건강과 피부보습을 비롯해 면역세포를 강화해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는 “처음 공장을 설립하고 제품이 생산될 때에는 유기농이라는 말 자체가 거의 사용되지 않던 시절이지만 그때부터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았다”면서 “이러한 방식은 현재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농가 계약서에는 유기 자재, 화학비료 등을 쓰지 못하게 하는 조항이 포함돼있다. 직영농장의 경우 유기농 인증을 받았고, 계약재배 농가의 경우 화학비료를 사용할 수 없도로 수시로 관리하고 있다.
김정문알로에 공장은 크게 건조 중심 공정의 제1공장과, 액상·타정·분말 제품을 생산하는 2공장, 추출 위주의 3공장으로 구분된다. 공장에 따라 주로 가공하는 주요 알로에의 종류도 차이가 있다.
위생복장을 갖추고 처음 둘러본 곳은 1공장이었다. 일일 30㎏ 컨테이너 130개 분량, 약 1.5톤의 생잎이 입고되면 먼저 1차 선 세척과 버블세척, 2차 브러시 세척이 이뤄진다. 사용하지 않는 생잎의 양 끝을 절단한 뒤 착즙기로 옮겨진다. 껍질 안에 있는 알로에 겔을 짜낸 뒤 멧돌로 잘게 분쇄한다. 그리고 망을 통과해 섬유질을 걸러낸다. 그리고 더 촘촘한 ‘울트라 필터’를 통과시킨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잘게 부서지는 것이 아닌 원물을 그대로 남기면서도 입자만을 잘게 만드는 김정문알로에의 고농축 기술 ‘U-테크 공법’이 적용된다. 면역력에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고분자만을 추출해 유효성분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이후에는 저온 살균이 이뤄진다.
김 이사는 “80℃까지 온도를 올린 뒤 서서히 낮추고, 다시 80℃까지 반복하면서 살균하는 저온살균을 고집하고 있다”면서 “고온살균은 공정도 빠르고 작업도 수월하지만 영양성분이 파괴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저온살균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살균 이후 충진과 캠핑, 씰링 이후 라벨 작업을 거쳐 제품으로 완성된다. 다만 제품 온도가 올라있는 상황이라 바로 검사를 진행할 경우 미생물이 체크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최대 일주일 간 대기한 뒤 검사를 진행한다.
하루에 생산되는 대표 액상제품인 ‘알로에프라임’은 총 1600병 정도. 통상적으로 300~400병에 25~30병 정도를 검체로 분류해 일일이 확인한다. 통상적인 식음료 제품 공장의 검체 비율인 4%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이는 저온살균으로 인해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분말제품은 액상과는 달리 절단 단계에서 건조 과정으로 넘어간다. 건조실은 마른 풀을 말리는 조금은 비릿한 냄새로 가득했다. 건조 과정은 전체의 99% 이상을 차지하는 수분을 8% 이하까지 떨어뜨리는 과정으로 만 하루 가까이 시간이 소요된다. 1.5톤의 알로에 생잎은 이곳에서 60㎏으로 줄어든다.
건조실에서는 펼쳐놓은 알로에들 아래에서 증기로 건조시키는데, 두어시간마다 인력으로 일일이 뒤집어줘야 한다. 건조공정을 거친 생잎은 분쇄돼 알로에 제품에 베이스로 활용된다.
분말화된 알로에는 삼면포장실로 이동해 포장과정을 거친다. 쉽게 ‘라면스프’ 형태를 생각하면 된다. 한 달 20일 기준 기계 한 대당 7000포 정도를 생산하며, 총 기계 3대를 보유하고 있다.
김 이사는 “삼면포장 기술은 저희가 자랑하는 기술 중에 하나”라면서 “워낙 분말입자가 곱기 때문에 쉽게 흩날려 이를 얼마나 잘 포장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말의 실내 수분을 빨아들이는 경우가 있다보니 실내 수분은 물론 분말에 포함된 수분을 체크해서 일정하게 포장해주는 자체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타정제품은 혼합, 건조, 타정, 충진의 비교적 간단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혼합실에서 분말들을 혼합한 뒤 유동층건조실에서 수분함량을 낮춘다. 이후 타정실에서 알갱이 형태로 제품을 찍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이 알로에센스30이다. 이 제품은 이 곳에서 연간 32만1600병이 생산된다.
김 이사는 “국내에서 알로에를 공급받지 않는 다른 업체의 경우 대부분 분말작업을 거친 알로에를 국내에 들여와 재가공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면서 “생잎을 가공하는 우리 제품보다 영양소가 파괴될 가능성이 크다보니 자연스레 (김정문알로에)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공장 옆에는 우리나라에서 쉽게 보기 힘든 알로에 460여종이 자라는 식물원이 위치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알로에가 총 600여종인 것을 감안할 때 상당한 숫자다.
460여종의 알로에 중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알로에는 5종이며, 바로 섭취가 가능한 것은 알로에 베라, 아보레센스, 사포나리아 등 3종에 불과하다. 식물원은 겨울에도 5℃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관리되고 여름에는 최대 35℃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현재는 알로에 생잎 입·수출이 사실상 어려워 국내에서 이만한 규모의 알로에식물원은 유일하다.
김 이사는 “알로에 공장에서는 알로에를 관리할 필요가 있고, 기왕이면 많은 사람들에게 알로에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식물원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면서 “이밖에 소재지 관공서와 연계해 사회공헌 프로그램과 연내 농장·생산라인 견학과 체험존 등을 구성해 일반 관람객들에게 알로에를 친근하게 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