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가정간편식 득세로 인해 라면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이에 제조업체들은 편의성에 중점을 둔 용기면을 대체재로 낙점하고 변화를 꾀하고 있다.
23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국내 상위 라면업체 4곳의 지난해 매출은 1조987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2조400억원 대비 2.6% 감소한 수치로 ‘2조원대’ 벽이 무너진 셈이다.
2013년 처음 2조원대 벽을 넘어선 라면시장은 1조9000억원대 언저리에서 횡보했다. 이후 2015년말 출시된 농심 짜왕과 오뚜기 진짬뽕 등 프리미엄 중화면이 트렌드를 이끌면서 2016년 다시 2조원을 넘어섰지만 저점을 다지지 못했다.
실제로 농심과 오뚜기, 팔도 3개사의 매출은 감소했다. 농심은 전년 대비 2.7% 줄었으며 오뚜기 역시 4.1% 줄어 7년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뒷걸음질쳤다. 팔도 역시 10% 가까이 매출이 꺾였다. 불닭볶음면을 내세운 삼양식품만이 4400여억원으로 22% 신장했으나 전체 매출은 아직 업계 1위 농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프리미엄 짜장·짬뽕 등 중화풍 라면에 이은 ‘세번째 트렌드 제품’이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짜왕과 진짬뽕으로 중화풍 라면 트렌드를 양분했던 농심과 오뚜기는 각각 ‘보글보글 부대찌개면’, ‘부대찌개라면’ 등을 출시해 재미를 봤지만 전작만큼 시장 전체를 견인하지는 못했다.
이러한 라면시장의 열세는 1인가구 증가에 따른 가정간편식의 득세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1년 8000억원대 수준이었던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지난해 3조원으로 약 3배 이상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4조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상황이 바뀌면서 라면일색이던 소비자 입맛도 가정간편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의 ‘2017 가공식품 소비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정간편식의 구입 빈도는 월 평균 3.1회이며 평균 지출 가격은 4만7475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통상 평균 주 1~2회로 알려진 라면섭취 횟수보다는 낫지만 평균 지출가격인 9000원보다는 훨씬 높다. 소비자들이 가정간편식에 지갑을 열고 있다는 반증이다.
라면제조업체들은 이러한 점에서 착안해 기존 주류였던 봉지면 대신 ‘용기면’에 힘을 싣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용기면 시장 규모는 2012년 5983억원에서 2016년 7249억원으로 약 2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5.4%로 둔화된 봉지면 성장률 보다 네 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농심은 전자레인지 전용 용기면인 ‘신라면블랙사발’을 출시했다. 오뚜기는 2009년 ‘오동통면’을 최초로 전자레인지용 종이 용기면으로 출시했다. 이후 진라면,참깨라면, 리얼치즈라면 등 용기면 제품을 점진적으로 전자레인지 겸용 용기로 적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라면시장은) 라면과 라면과의 대결이었다면 현재는 가정간편식까지 경쟁제품으로 생각해야하는 상황”이라면서 “라면에 비해 다양성과 편의성, 범용성 등이 넓기 때문에 단순히 ‘맛’만으로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라면은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이라는 인식이 있는 만큼 이러한 소비자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단계부터 진행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