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은 질병입니다. 치료는 금연입니다.” 보건당국이 대대적인 금연사업을 시작하며 내건 문구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흡연이라는 질병을 치료하려는 이들은 크게 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아 18일 공개한 ‘2013-2017년 보건소 금연클리닉 예산 및 2017년 6개월 금연 성공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담뱃세 인상으로 확보한 재정을 바탕으로 금연지원 사업예산은 10배 이상 증가했다.
국가금연지원사업 예산은 2013년 89억6000만원에서 2014년 112억7000만원, 2015년 1146억8000만원, 2016년 1365억원, 2017년 1479억8000만원으로 급증했다. 보건소 금연클리닉 사업예산 또한 2014년 122억9000만원에서 2015년 261억5000만원, 2016년 329억8000만원, 2017년 385억4000만원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보건소 금연클리닉 등록자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2014년 43만9971명이었던 등록자수는 2015년 57만4108로 1.3배 증가했지만, 이듬해 41만1677명, 그 이듬해에는 42만4636명으로 예년 수준을 밑돌았다. 예산은 3배 증가했지만 등록자수는 줄어든 셈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에서 추진하는 금연지원사업 또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천정배 의원(민주평화당)이 건보공단에 요청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2017년 8월 사업에 참여한 누적환자수는 29만8152명이었다.
이를 연도별로 나눠보면 2015년 월평균 참여자수는 2만2879명에서 2016년 30%가량 늘어난 2만9893명, 2017년 8월까지는 약 25% 늘어난 3만7269명이다. 금연진료기관도 1만468개소에서 1만2526개로 2058개소 늘었다.
하지만 보건소 금연클리닉 등록자와 건보공단의 금연치료 지원사업 참여자수를 함께 계산하면 금연을 결심하고 실천에 옮기는 이들은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심지어 금연 성공률 또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에 금연지원사업을 운영해온 건보공단이 치과의사들과 손을 잡았다.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김철수, 이하 치협)는 21일 건보공단과 치과 병의원에서의 금연치료확산을 위해 치과에 특화된 홍보물을 제작해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보물은 환자배부용과 책받침 형태의 치과비치용 2종으로, 치과환자들과 일반인들이 보다 친근하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만화형태로 제작돼 금주 내 지역내 치협지부를 거쳐 일선 치과 병의원으로 배포될 예정이다.
환자배부용 홍보물에는 니코틴의존도 자가검사항목이 추가돼 환자가 직접 흡연에 따른 중독정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고, 금연 결심부터 치료, 유지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고민에 대한 답이나 팁들을 담고 있다.
치과비치용 홍보물은 치과의사들이 환자의 금연치료를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금연 유도부터 치료시 대화방법, 치료 및 사업 참여에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들이 수록돼있어 환자 상담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이와 관련 치협은 “2017년 금연치료기관 중 치과는 17.5%인 2219곳이지만 사업참여자는 3.9%인 1만5000명으로 저조한 상황”이라며 “금연치료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참여를 활성화시키고자 홍보사업을 제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건보공단 또한 “재정이 소요되는 사업인 만큼 2016년 말 제안을 받아 신중히 검토한 끝에 홍보물 제작을 하게 됐다”며 “이번 치과에서의 홍보효과를 분석한 뒤 타 진료과목으로 확대여부를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홍보사업에 참여한 박인임 치협 금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치협과 건보공단의 협엄으로 치과에 특화된 금연홍보물이 만들어졌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홍보물이 흡연자와 치과 병의원에서 적극 활용돼 치과에서의 금연치료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