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이하 약사회)가 안전상비약 품목에서 ‘타이레놀’과 ‘판콜에이’를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안전상비약 품목조정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3월 ‘안전상비의약품 약국외 판매’ 제도 개선을 위해 약사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19개 내에서 국민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이 무엇인지 판매가 허용된 13종을 포함해 전체적인 재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안전상비약 품목조정심의위원회는 지난해 12월4일 열린 5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일정초차 잡지 못하고 있다. 5차 회의에서는 겔포스와 스멕타를 신규품목으로 추가하고, 베아제와 훼스탈골드를 제외하는 안 등이 논의됐는데 약사회측은 정부가 합의 원칙을 무시하고, 위원 표결로 일방적인 품목조정을 강행하려 했다며 논의 결렬을 선언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약사회와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14일 안전상비약 품목조정에 대해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해 7, 8월 중 마지막 회의가 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약사회는 이날 간담회에서 타이레놀과 판콜에이의 편의점 판매약 제외 등을 담은 의견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 품목을 겔포스, 스멕타와 2대 2 스위치 의견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약사회가 제안한 제외 품목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소비자의 접근성보다 매출이 좋은 품목을 빼려 한다고 지적한다. 타이레놀의 경우 부작용 보고건수가 가장 많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의 경우 판매량 대비 부작용 보고건수 비율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것이다.
또 판매량이 많다는 것은 국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의약품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상비약 품목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5월 약사회 총회석상에서 공개된 안전상비약 판매액(대형 4개사 기준)을 보면 ‘타이레놀500’은 120억원에 달하는 판매액을 기록했고, 판콜에이 역시 약 60억원으로 두 번째로 높게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관계자는 “첫 회의에서 서로 양보하고 조정을 통해 결정하자고 했지만 약사회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그렇다고 회의를 계속 할 수 없어 7월이나 8월 경에 마지막 회의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며 “마지막 회의에 약사회가 제안한 안을 상정해 논의하고, 결정은 위원회의 일반원칙을 준용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안전상비약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오히려 약화사고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의약품정책연구소 ‘상비약 판매업소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섬지역 제외) 소재 안전상비의약품으로 지정된 의약품을 판매하는 편의점 등 535개소를 대상으로 모니터링 한 결과, 22.4%(120개소)가 심야시간에 상비약 구입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입불가 사유로는 90.8%(109개소)가 영업을 하지 않기 때문이었고, 9.2%는 취급하지 않아서였다. 또 구입가능 업체 중 14개소는 어린이용 상비약을 구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즉 정부가 심약시간에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겠다며 도입했음에도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관계자는 “(안전상비약 판매처는) 현재 법규정에 24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위반시 과태료 또는 허가취소가 된다. 편의점협회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가맹점 관리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