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환자 안전사고에 취약하고 의료서비스 질을 저하시키는 불법 개설 의료기관 일명 ‘사무장병원’ 근절 종합대책을 시행한다. 특히 사무장병원은 환자 과잉진료와 환자유인 등 불법 행위는 물론 진료비 부당청구로 건강보험재정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어 정부가 3단계의 전주기별 관리방안을 통해 사무장병원 뿌리 뽑기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누수의 주요 원인이자 낮은 의료서비스 질로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는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추진한다고 17일 밝혔다.
불법 개설 의료기관(사무장병원)은 의료법 제33조에 따른 의료기관 개설주체가 아닌자(비의료인)가 의료기관 개설주체(의사, 법인 등)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해 운영하는 경우를 말한다. 의료기관 개설주체(의사, 법인 등)가 다른 개설주체(의사, 법인 등)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경우 등 7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표 참조)
◇문제 많은 사무장병원, 환자 건강 위협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함께 지난 2009년부터 적발한 총 1273개 사무장병원과 일반 의료기관을 비교해 사무장병원의 특징 및 위해성을 분석했다. 이어 복지부는 지난 4월 사무장병원 근절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와 불법의료기관 대응협의체 등을 거쳐 관련 제도 및 법령 개선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마련됐다.
그동안 보건복지부는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단속 및 적발을 강화해 왔다. 그럼에도 사무장병원 적발건수는 2014년 174개에서 2015년 166개, 2016년 222개, 2017년 225개로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적발된 사무장병원에 대한 부당이득 환수율도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분석에 따르면 사무장병원으로 인한 건강보험재정 누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총 1273개 사무장병원에서 1조8112억원의 부당이득에 대한 환수가 결정됐다. 하지만 실제 징수금액은 1320억원으로 징수율은 7%에 그쳤다. 지난해 전체 요양급여비용 환수결정액 7830억원의 72%가 사무장병원 환수결정액이었다.
특히 사무장병원의 문제점은 낮은 인프라와 저금임 의료인력을 활용한 이윤추구 등으로 많은 폐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또한 동일 연령·중증도·상병으로 100명이 입원 했을 때 사무장 병원에서 11.4명이 더 많이 사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사무장병원은 높은 진료비와 장기입원에 의한 과잉진료은 물룬 시설안전 투자에 소극적이어서 화재 등 안전사고에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이번 종합대책은 사무장병원에 대한 대응방향을 ‘사후적발’에서 ‘사전예방’으로, 진입단계에서 퇴출단계까지 전주기별 관리대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한 것”이라며 “진입단계에서 불법개설 사전차단을 중심으로, 운영단계에서 전방위 감시체계 구축, 퇴출단계에서 불법행위 반복 방지 등 단계별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사무장병원 근절 3단계 종합대책 무엇 담겼나
정부는 이번 사무장병원 근절 3단계 종합대책에 대해 “대응방향이 ‘사후적발’에서 ‘사전예방’으로, 진입단계에서 퇴출단계까지 생애전주기별 관리대책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합대책의 핵심은 사무장병원 개설 사전차단, 운영단계 사무장병원에 전방위 감시체계 구축, 불법행위 반복 금지를 위한 처벌 가호 등이다.
우선 진입단계에서 사무장병원 개설을 막기 위해 정부는 ‘의료법인 설립요건’을 강화한다. 의료법인 임원지위 매매 금지를 명문화하고, 이사회에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의 비율을 제한한다. 이와 함께 이사 중 1인 이상은 의료인을 선임하도록 추진한다. 이와 관련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지난 3월 ‘임원선임 매수 등을 금지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한, 정부는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의료법상 법인 설립기준을 구체화해 지자체별 지침으로 운영 중인 법인설립기준을 조례화할 방침이다.
사무장병원의 적발 개설 주체 중 적발 비율이 가장 높은 의료생협 등과 관련 정부는 소비자생활협종조합의 의료기관 개설권 제한도 검토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해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의료기관 개설권을 삭제하고, 기존 의료기관 운영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또한 의료기관 개설 시 지역의사회나 지역 병원협회 등을 통해 의료기관 개설자(의료인·법인)에 대한 사전검토를 하는 방안도 협의해 추진한다.
그럼에도 사무장병원이 운영될 수 있어 정부는 두 번째 운영단계에서 전방위 감시체계 구축하기로 했다. 우선 기존에 적발된 사무장병원의 특징 분석을 통해 개발한 78개 예측·감지 표준지표를 반영해 기존 불법개설기관 감지 시스템 고도화를 추진한다.
또한 복지부의 특사경을 활용해 전담 단속체계를 마련하고, 검찰과 경찰, 금융감독원 등과 수사협력체계를 정립해 사무장병원 적발률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기존 특사경은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등이 불가능한 행정조직의 한계가 있었으나, 지난해 말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으로 복지부 공무원에게 사무장병원 수사권이 부여됐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사무장병원 내부고발자에 대한 자진신고 감면(리니언시) 제도가 강화된다. 사무장에게 면허를 대여한 의사가 자진신고시 의료법상 면허취소 처분을 면제하고,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감면제도를 한시적(3년)으로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외에도 정부는 사무장병원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병원 경영의 폐쇄성을 해결하기 위해 의료기관 회계 공시제도의 단계적 확대를 검토하기로 했다. 또 의료계와 협의해 예비의료인 및 의료인 (보수)교육을 강화하고, 협회 신고센터 운영 활성화, 건강보험 신고포상금 인상 등의 방안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사무장병원 개설자, 의료인 면허 대여자 처발도 강화
적발된 사무장병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불법행위 반복 방지에도 나선다. 우선 정부는 사무장병원 조사 거부 시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의료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강화한다.
또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면허를 대여받아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할 예정이다. 관련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해 2월 최도자 의원이 국회에 대표 발의했다. 또한 사무장병원 실제 개설자인 사무장에 대한 형기도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조정하는 법률 개정도 추진된다. 이와 관련 국회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이 지난 11일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동안 저조했던 부당이득 환수도 강화한다. 정부는 모든 사무장병원 유형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지급보류 근거를 마련하고, 지급보류 시기를 현행 수사결과 통보시점에서 수사개시 시점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또 환수결정 이후 별도 독촉절차 없이 체납처분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환수처분의 실효성도 높였다.
이외에도 복지부는 사무장병원에 대한 행정처분 개시 전후 의료기관을 양도하는 경우 처분의 효과가 양수인에게 승계되도록 해 고의적인 처분 면탈을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비급여 진료비용의 몰수·추징제도 도입과 관련 범죄수익은닉규제법 대상 범죄에 사무장병원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사무장병원 근절 종합대책에 대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무장병원은 건강보험 재정누수의 주된 원인일 뿐만 아니라 낮은 의료서비스 질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함에도 수법의 지능화, 고도화로 적발이 쉽지 않은 만큼 개설단계에서부터 사전예방이 중요하다”며 “이번 종합대책을 계기로 의료인 및 국민들이 사무장병원의 폐해를 잘 알고 신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의료인들이 사무장병원의 고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자진신고 감면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