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일 발표한 ‘혁신성장 확산을 위한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에는 혁신·첨단 의료기기에 대한 빠른 시장진입과 선 진입-후 평가 방식 등을 내용으로 한 규제혁신 중짐 추진과제가 담겼다.
이와 함께 정부는 연구중심병원 지정제의 인증제 전환으로 참여 병원을 늘리고, 국산 의료기기 기술개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병원 테스트베드 지원사업 확대, 의료기기산업육성법 제정을 통한 인프라 확충 등의 의료기기산업 육성에 나선다.
◇의료기기 규제완화 추진 방향은?
이번 방안의 핵심인 안전한 의료기기에 대한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도입이 우선 눈에 띈다. 이는 인체 안전성에 우려가 적은 의료기기의 경우 ‘선(先) 진입-후(後) 평가(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방식이다.
대표적인 것이 관련 업계의 규제완화 목소리가 높았던 체외진단검사분야다. 보건복지부는 체외진단검사분야에 대한 신의료기술평가를 사전평가에서 사후평가롤 바꾸고, 체외진단기기의 개발 후 시장진입 기간도 기존 390일에서 80일도 대폭 단축하기로 했다.
또한 정부는 의료기기 관련 규제의 예측 불가능성 해소를 적극 추진한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의료기기 규제관련 기관의 개별적 정보제공과 규제과정 참여제한 등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기산업종합지원센터 기능을 강화하고, 의료기기 규제절차에 대한 전(全) 주기 통합상담을 제공한다.
각 규제기관별 홈페이지와 연동되는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해 관련 기업들의 규제정보 접근성도 높인다. 이와 함께 정부는 규제기준과 심의결과 등 규제 진행과정을 신청인에게 공개하고 신의료기술평가나 의료기기 허가 등의 과정에 참여를 보장해 규제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특히 관련 협회 등의 추천을 받아 혁신·첨단기술 전문가를 평가위원군에 추가 영입해 평가위원으로 위촉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신의료기술평가의 심사 문헌범위와 심사기준, 평가결과 등을 공개하는 절차를 복지부 고시에 규정한다.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기존 280일에서 250일로 30일 단축시키고, 신의료기술평가와 보험등재심사를 동시에 진행해 기존 490일 걸리던 평가와 등재를 390일로 줄일 예정이다.
혁신·첨단의료기술에 대한 조기 시장 진입 지원도 추진된다. 대표적인 예가 인공지능(AI) 기반 영상진단보조프로그램이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개발이력이 짧고 연구결과가 부족하여 신의료기술평가에서 탈락하던 혁신·첨단 의료기술을 신속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선제적 인허가 체계와 혁신가치에 대한 보상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식약처는 의료기기 허가 단계에서 혁신·첨단의료기기가 개발과 동시에 신속하게 허가되도록 하는 ‘신속허가 가이드라인’을 구축하고, 심사평가원은 ‘의료진의 편의 및 생산성’을 증진시키는 의료기술은 예비분류 코드 혹은 심평원의 확인증 발급을 통해 조속히 시장에 진입(신의료기술평가 절차 생략)하도록 한다.
◇연구중심병원 인증제로 전환…국내 의료기기산업 경쟁력 강화 지원
정부는 혁신적 으료기기 연구개발(R&D)과 사업화 주체인 병원과 연구의사의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의료기기산업 육성을 위한 생태계 혁신도 추진한다.
병원이 의료기기 연구개발에서 그치지 않고 그 성과를 실용화하여 창업까지 할 수 있도록 적극적 참여를 유도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구중심병원을 중심으로 혁신적 의료기술 연구와 실용화를 저해하는 제도적 장벽 해소를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산병협력단 등 병원의 의료기술 특허 사업화와 창업 지원을 전담할 수 있는 자체 조직 설립을 허용해 산병연협력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현행 연구중심병원 지정제를 인증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해 연구역량을 갖춘 병원을 단계적으로 연구중심병원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또한, 과기부와 함께 지역 거점병원을 지역 혁신성장의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내년부터 기업·대학·출연연 등의 공동 연구를 지원할 예정이다.
국산 의료기기 기술개발 경쟁력을 높이고 성능 강화를 통해 글로벌 기업 수준의 경쟁력 확보에도 적극 나선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국산 의료기기 성능 개선 및 외국 제품과의 비교 테스트(성능 동등성 입증)를 위한 병원 테스트베드 지원 사업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병원 테스트베드란 의료기기 기업과 병원 간 컨소시엄을 구성해 의사를 통한 제품의 임상적 안전성·유효성·사용편의성 등을 테스트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정부는 국산 의료기기 사용률이 높은 병원에 대해서는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참여 시에 선정평가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부, 식약처 등 관련 부처들이 협력해 의료기기 R&D사업을 범부처 사업으로 통합해 현장자원 융합도 추진한다. 통합 사업은 단일법인을 설립해 운영하고, 정부는 인허가·건강보험 관련 기관도 참여하도록 해 수요자 대상 원스톱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국내 의료기기산업 발전과 육성을 위한 법적 뒷받침도 추진다. 복지부는 “의료기기 업계의 오랜 요구사항인 ‘의료기기산업육성법’과 ‘체외진단기기법’을 각각 제정,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적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회와 협력해 의료기기에 대한 규제와 산업 육성 정책간의 조화를 위한 ‘의료기기산업육성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혁신형 의료기기’ 기업 지정 및 지원, 관련 기업의 연구개발 지원을 통하여 인공지능, 3D프린팅 등 혁신적 의료기기 개발이 가능한 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나선다. 혁신의료기기의 경우에는 지원·육성과 관련된 내용 외에 신속허가 등의 조항을 담아 빠른 제품화 및 시장진입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복지부는 오는 8월부터 민·관 총 300억원 이상 규모의 ‘보건산업 초기 기술창업펀드’를 조성해 운영한다. 이 펀다는 바이오헬스산업 분야 5년 이내 초기 창업기업에 60% 이상 투자할 계획이다.
이번 방안에 대해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이번 대책이 국내 의료기기 산업분야가 성장하고, 국내 기업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연구중심병원내 산병협력단 등이 설립됨으로써 안정적인 연구인력 고용이 가능해져 좋은 일자리도 창출되고, 지역 거점병원과 연구중심병원·기업·대학 등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지역의 혁신성장은 물론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장관은 “다만, 의료기기 분야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이므로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규제를 혁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정부 발표에 대해 관련 업계는 환영의 입장을 표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19일 입장 자료를 통해 “정부의 지속적인 의료기기 규제 개선을 위한 그간의 소통 노력과 금일 실제적인 규제 혁신안에 감사하다. 의료기기산업 진흥에 대한 정부 의지에 업계로서 고무됐다”고 밝혔다.
이경국 의료기기산업협회장은 “업계의 숙원이었던 의료기기의 ‘선 시장 진입 이후 평가’로 신의료기술평가 방식의 방향 전환에 대해 환영하며 세부적인 기준·체계 마련에 있어서 협회 등과 의견수렴과정이 필요하고 신속하게 진행되길 희망한다”며 “의료기기산업은 혁신산업으로 국가경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 큰 산업이다. 어려운 경제 여건하에서도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면서 세계 의료기기 7대 강국 진입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