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가 의료산업 발전과 규제완화 등을 담은 서비스발전기본법(이하 서발법) 국회 입법 추진에 대해 “서비스발전기본법은 의료영리화의 단초가 되고, 경제 논리에 매몰돼 환자를 볼모로 삼으려는 악법”이라고 논의 자체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9일 ‘국회는 거대 자본에 국민건강을 팔아넘길 셈인가?’란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의사협회 측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7일 민생경제법안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를 열어 서비스발전기본법(이하 서발법)을 포함한 규제 혁신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논의에서 서발법에 대해 이미 각 당에서 통과를 전제로 전향적으로 검토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알려지고 있다고 의사협회 측은 설 명했다.
이에 의사협회는 “서발법은 영리병원, 원격의료, 건강관리서비스 등 의료서비스에 대한 진입규제를 완화해 의료영리화를 허용하기 위한 것이다. 그간 의료계뿐만 아니라 시민단체까지 나서서 의료의 상업화 추진이 초래할 문제들을 강력히 경고해왔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의사협회는 국민과 의사 모두가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국회가 서발법에 보건의료분야를 포함해 제정한다면 의료법 등 개별 법안으로 지켜진 국민건강권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의사협회는 “자본과 재벌기업들의 시장 참여와 업계 장악이 급속도로 진행돼 주식회사 형태의 초대형 병원과 재벌 병원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며 “의학적 원칙과 의료윤리를 망각하고 맹목적 영리만을 추구하는 기업 병원들이 판치게 될 것이다. 의료시장은 거대 자본에 잠식되어 국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비스발전기본법은 의료의 공공성을 크게 훼손하고 국민들의 의료접근성을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사협회는 “우리나라 의료는 국민건강보험 도입을 기점으로 공공성을 중시해왔고, 의료서비스 이용에 대한 뛰어난 접근성을 근간으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며 양적 질적으로 끊임없이 발전돼왔다”며 “영리화가 추진된다면 우리 의료의 특징인 공공성과 접근성은 대폭 약화되고 의료비는 폭등해 국민 주머니가 털리는 악순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국민들이 개인의 건강과 생명을 걱정하기보다는 의료비부터 걱정해야 하는 현실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의사협회는 “정부와 국회는 의료영리화의 시발점이 되는 서발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이 과연 우리 국민과 의료기관들의 합리적인 의료서비스 공급과 이용을 위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재벌 기업들의 자본을 끌어들여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의료영리화를 추진하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거대자본에 국민건강을 팔아넘기려는 것과 같다”고 질타했다.
의사협회는 “재벌 기업들의 자본 투자를 유도하고 일자리 창출과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서발법의 명분은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의료분야에 적용해선 안 될 논리다. 병상과 가정에서 고통받는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도외시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의료의 본질과 가치를 훼손하고 보건의료시장의 몰락을 부추기는 행태”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따라서 서발법과 규제프리존법 등 의료영리화의 단초가 되는 법안들에 대한 논의를 정부와 국회가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협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안 제정을 계속 추진한다면, 국민의 건강을 영리보다 먼저 생각하는 관련단체들과 연대해 강력히 맞서 싸워나갈 것”이라며 “의료체계의 존립을 심각하게 위협할 서발법 추진 강행의지를 접지 않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대해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동시에 서발법에서 보건의료분야 제외를 약속하고 집권한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지 말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