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의 저출산으로 산부인과 경영난이 심화된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 등 최근 정부의 정책이 이를 가속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최근 산부인과 병·의원에서는 분만 포기 또는 폐업 사례가 줄이어 발생하고 있다.
국내 최대 분만병원으로 이름을 날린 서울 제일병원은 최근 심각한 경영난으로 축소 운영 중에 있다. 이 병원은 현재 복수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협상에 나선 상황이다. 또 ‘연예인 출산’으로 유명세를 치렀던 서울 강남의 모 산부인과도 지난해 돌연 폐업을 결정하는 등 분만 인프라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에 제출한 ‘5년간 지역별 분만심사현황’을 보면 2013년 전국 706개소였던 분만의료기관 수는 5년 후인 2017년에는 528개소로 17.6%나 줄었다. 서울의 분만시설은 최근 5년간 21% 감소해 5곳 중 1곳이 문을 닫았고, 분만기관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도 18.2%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산부인과의료계의 위기가 심각해지자 정부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장경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의원회의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안이 나올 때부터 실패를 예견했다. 외국인과 내국인, 도시와 시골, 일의 강도에 따라 차등을 둔 일본과 달리 일괄적인 최저임금제를 시행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인건비가 오르니 일선 산부인과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한때 대단했던 제일병원조차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는 “현재 수가로는 분만병원을 유지할 수 없다. 산부인과는 기본인력이 다른 과의 3배수가 필요한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적정인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분만수가 인상률은 최저임금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며 “작은 병원들은 하나 둘 분만을 포기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수술실 기준 강화 등 규제도 부담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의원급 수술실에 공기정화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의 시행을 앞두고 있다. 분만 산부인과도 이 기준에 해당된다.
문제는 시설설치 비용이다. 안 그래도 경영난이 심각한데, 새로 시설까지 들이자니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의원급 수술실에 공개정화시설을 갖추는 데 9평당 1억 정도의 비용이 든다.
불가항력 의료사고분담금을 요양급여 비용에서 강제 징수하는 법안도 산부인과 의사들의 반발을 샀다.
김 법제이사는 “일본과 대만은 분만관련 무과실보상에 국가가 부담하는 추세다. 대만의 경우 모성사망에 대해서는 우리 돈으로 환산해 7100만원, 신생아사망에 1100만원, 신생아장애에 5300만 원을 국가가 정부예산으로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와 달리 우리는 분담금 30%를 (의사가)내지 않는다고 해서 강제적으로 보험금 각출하려고 한다. 대단히 잘못됐다”고 힘줘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