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전엔 ‘이러다 죽을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먹과 발로 폭행당했다.”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는 지난 17일 수원지방법원 법정동에서 열린 조재범 전 코치의 상습상해 및 재물손괴 사건 항소심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심석희는 “그동안 피고인과 마주쳐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법정에 서지 못했지만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 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피고인은 내가 초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상습적으로 폭행과 폭언을 했다”며 “초등학교 4학년 때 아이스하키 채로 맞아 손가락뼈가 부러졌고 중학교에 진학한 이후부터 폭행 강도가 더 세졌다. 밀폐된 곳으로 나를 끌고 들어가 무자비한 폭행을 저질렀고 다른 선수들은 고막이 찢어지는 등 상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이어 “평창올림픽 전에는 ‘이러다 죽을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먹과 발로 폭행을 당했고, 그 여파로 뇌진탕 증세가 생겨 올림픽에서 의식을 잃고 넘어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심석희는 “피고인은 경기나 훈련 중 폭행 사실을 부모님을 포함해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못하도록 했다”며 "내성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공포성 불안 장애, 수면 장애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고 내 아버지도 마찬가지"라며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엄청난 고통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심석희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조 전 코치가 특정 선수를 밀어주기 위해 자신에게 폭행을 저지른 것 같다는 의견도 전했다. 조 전 코치가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대회에서 자신의 스케이트 날을 다른 것으로 바꿔 경기력을 떨어뜨리거나 경기를 앞두고 폭행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또 평창올림픽 기간 조 전 코치가 대회 장소인 강릉아이스아레나를 찾아 특정 선수를 몰래 지도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조 전 코치는 최후 변론에서 "1심 선고를 받은 뒤 석 달간 구치소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면서 "맹세코 악의나 개인적인 감정은 없었으며, 심 선수가 원한다면 눈앞에 절대 나타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월 1심 재판에서 조 전 코치는 2011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심석희 등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 4명을 상습적으로 때린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현재 심석희 측이 조 전 코치의 형량이 부족하다며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2심 선고 공판은 다음해 1월 14일 오후 2시에 열린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