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실적 향상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바닥을 치고 있다. 은행계열 금융지주사들의 주가 하락으로 최대주주 국민연금도 손실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은행업종의 주가 부진에 대해 ▲시장 추정치 대비 하회한 실적 결과 ▲미래가치가 담보되지 않은 시장 상황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출 규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채용비리 등 각종 논란도 주가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는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연임 여부 문제도 걸려 있어 한층 논란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 은행권 주요 상장사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은 지난해 2조1594억원의 순이익을 내 전년(1조5301억원) 대비 증가 폭(41.12%)이 가장 컸다. 이어 기업은행(16.68%), 하나금융(9,64%), 신한지주(8.57%), KB금융(0.1%) 순으로 증가했다. 상장 금융지주사 가운데 KB금융(3조3470억원)의 순이익이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실적 상승에도 주가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은행주 지수는 766.03(2019년 1월 29일 기준)으로 1년 전(993.56) 대비 22.90% 하락했다.
개별 은행의 주가도 줄줄이 하락했다. KB금융의 주가(1월 29일 종가기준)는 4만6100원)으로 1년 전(6만6900원) 대비 31.09% 떨어졌다. 이어 하나금융(-25.58%), 신한지주(-20.88%), 기업은행(-16.71%), 우리은행(-12.68%) 순이다.
해당 은행의 지분을 쥐고 있는 국민연금도 큰 손실을 입었다. 공적 연기금인 국민연금은 KB금융(9.50%), 하나금융(9.68%), 신한지주(9.38%), 기업은행(8.15%)에 지분을 갖고 있는 대주주다.
증권업계에서는 은행계열 금융사의 주가 부진에 대해 규제 강화,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을 꼽고 있다.
유안타증권 박진형 연구원은 “규제 강화, 이익모멘텀 둔화, 글로벌 매크로 불확실성 등에 대한 우려 등이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채용비리 등 각종 논란도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IBK투자증권 김은갑 연구원은 “지난해 채용 비리 문제, 금융감독원장 교체 등 은행주 투자심리를 악화시킬 이슈가 지속됐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2월 6일 채용비리 의혹으로 KB국민은행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지자 KB금융지주의 주가는 4거래일 연속 하락하기도 했다. 압수수색 전날(2018년 2월 5일) KB금융지주의 주가(종가기준)는 6만7700원이었으나 압수수색이 진행되면서 주가가 나흘만에 6만1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올해도 주가 상승 가능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IBK투자증권 김은갑 연구원은 “밸류에이션 매력이 주가 상승으로 연결되기에는 투자심리가 취약하다”며 “이를 반전시킬 만한 이벤트 마련도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출금리 규제 등 규제에 대한 심적 피로가 쌓이면서 은행주 투자심리가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KB증권 유승창·이남석 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은행업종은 수익성 대비 큰 폭으로 낮아진 밸류에이션에서 주가가 형성됨에 따라 하방 경직성이 높아졌다”며 “다만 은행업종의 실적 및 주가에 비우호적인 규제 및 매크로 환경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의 주가 흐름을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올해와 내년 초에는 일부 은행 및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임기도 만료되는 시점이다.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은 내년 3월, 기업은행 김도진 행장은 올해 12월 말 임기가 마무리된다. 현재 조용병 회장은 채용비리 문제로 불구속 기소된 상황이고, 김도진 행장의 경우 올해 말 임기 3년을 채우게 된다. 일반적으로 기업은행장들은 예외적인 사례를 제외하고는 ‘2+1’ 임기가 되면 사임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윤종규 회장은 채용비리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아 상대적으로 입지가 자유로운 편이다. 또한 임기 만료도 내년 11월까지이기에 운신의 폭이 넓다는 평가다. 다만 금융당국이 지주사 회장의 ‘셀프연임’을 문제 삼은 만큼 재연임은 안갯속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지주사 회장이 사외이사 선임에 개입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얼마 전까지 지주사 회장이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해당 사외이사가 자신을 밀어준 회장의 연임에 찬성하는 방식의 ‘셀프연임’이 논란이 된 바 있다. 게다가 노조는 여전히 윤 회장에 대한 당국의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