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 매각 가시화된 대우조선해양, 어떤 길 걸어왔나

우여곡절 끝 매각 가시화된 대우조선해양, 어떤 길 걸어왔나

기사승인 2019-02-01 00:15:01

조선업계 맏형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 인수에 나섰다. 지난 20년간 주인 없는 기업으로 많은 부침을 겪은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이 합병될 경우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통해 ‘조선강국’인 한국이 그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달 31일 2018년 4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산업은행(이하 산은)과 함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에 대한 조건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산은과 합작해 신설하는 중간지주회사 조선합작법인을 만들 예정이다. 신설 조선 통합법인은 현대중공업이 물적 분할을 통해 만들게 된다. 새로운 법인은 흡수, 통합 방식이 아닌 각 사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형태로 양사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향을 목표로 한다.

현대중공업은 산업은행으로부터 현물출자를 받는 대우조선 주식의 대가로 신설 조선합작법인에 상환전환 우선주 1조2500억원과 보통주 600만9570주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현물출자 유상증자의 교환 비율을 30일 종가로 산정된 발행가 기준으로 확정해 거래를 추진할 방침이다. 조선합작법인의 신주확정 발행가는 주당 13만7088원이며 대우조선은 주식 현물출자 확정가액은 주당 3만4922원이다.

이 과정을 통해 현대중공업은 조선합작법인의 지분 약 28%를 보유하게 되며 산업은행 지분 7%와 우선주 1조 2500억원을 보유하게 될 전망이다.

이번 인수는 업계 내외부에서도 갑작스럽게 이뤄졌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조선업이 긴 불황을 끝내고 업황 회복이 시작됐고, 이에 더해 대우조선의 경영 상황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국내 조선업 체제를 기존 ‘빅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체제에서 ‘빅2 체제’로 재편하기에 적기라는 판단에서 이뤄진 것으로 해석이 나온다.

다만 옛 ‘대우맨’들의 추억과 ‘대우조선해양’이라는 이름이 없어질 수 있다는 점에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표했다. 1970년대부터 한국 조선업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한 대우조선해양은 그동안 어떤 길을 걸어왔던 것일까?

◆폐허를 딛고 일군 ‘조선 강국’의 꿈

대우조선이 자리한 옥포조선소는 20세기 들어 일본을 누르고 세계적 해양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계획에서 시작된 곳이다. 그만큼 탁월한 입지 조건을 가졌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1970년대 한국 해운·조선업계의 선구자로 불리는 고(故) 남궁련 회장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조선업 발전 가능성과 성장 잠재력을 보고 1968년에 민영화된 대한조선공사를 통해 옥포조선소 건립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후 옥포조선소는 제1차 오일쇼크와 자금난 등 여러 부침(浮沈)을 겪었고 1978년 대우그룹 품에 안착해 1981년 완공됐다.

당시 정부가 미국, 유럽 각국의 조선소를 둘러보고 국내외를 통틀어 탁월한 조선소 입지를 가진 장소로 옥포만을 선정했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뒷받침하듯이 현재 대우조선해양 조선소는 여의도 면적 1.5배인 490만㎡(약 140만평)대지 위에 900톤의 중량물을 91.4m까지 단숨에 들어 올리는 ‘No.1 골리앗 크레인’을 비롯해 초대형 크레인 4기, 공법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선박 건조가 가능한 드라이도크(dry dock)와 플로팅도크(floating dook)가 각각 2곳, 3곳이 가동되고 있다.

◆공중 분해된 대우그룹…물 건너간 매각

대우조선은 이런 천혜의 입지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침을 겪었다.

1997년 외환위기(IMF 구제금융) 사태 때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문어발 확장 경영으로 대우그룹이 공중분해 되면서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1999년 편입됐다. 이후 지금까지 19년 동안 ‘주인 없는 회사’로 산은의 관리를 받아왔다.

이후 대우조선은 2004년부터 한국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알토란’으로 여겨지며 삼성, 한진, 두산, 포스코, GS, 한화, 동국제강 등 여러 대기업이 눈독을 들인 매물로 꼽혔었다. 이는 2010년까지 이어진 조선업 호황에 힘입은 결과였다.

당시 대우조선은 현금 창출 능력이 뛰어나 꾸준히 이익을 안겨주는 캐시카우(cash cow)로 손색이 없다는 게 재계의 평이었다.

결론적으로 대우조선 인수설은 한화그룹이 2008년 인수를 적극 추진했으나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인해 무산됐고, 2010년부터 조선업 업황이 순식간에 얼어붙기 시작하면서 잦아들었다. 금융위기에 다들 큰 자금을 동원하기 어려웠던 터다.

당시 한국 조선사 ‘빅 3’의 한 축이었던 대우조선은 세계적 조선업 불황과 중국의 조선업 굴기라는 여러 악재속에 경영여건이 악화 일로를 걸으며 구조조정에 돌입하게 됐다. 이에 더해 2016년 대우조선의 일부 경영진이 수조원대의 분식회계와 방만한 경영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합병설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은 주인 없는 회사라는 이유로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사장(CEO)이 교체되거나 사퇴압박을 받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혹독한 자구안…시작된 경영정상화

대우조선은 분식회계와 조선업 불황에 2016년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에게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자구계획안을 통한 혹독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당시 많은 조선맨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2016년 경남 거제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인원만 90명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하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다.

지난 2016년의 자구안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자구안에 따르면 현재 1만명 수준인 직원을 9000명으로 줄여야 한다. 계획 이행을 위해서는 1000명 정도 인원이 정든 직장을 떠나야만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자구안은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라는 분명한 성과를 창출하기도 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국내 대형 조선업체 중 유일하게 3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특히 약속한 자구안을 초과 달성하기도 했다.

이후 최근 들어 한국 조선업이 과거 수주절벽 여파에서 벗어나 7년만에 중국을 제치고 ‘수주 1위’를 탈환하는 등 본격적으로 턴어라운드(Turnaround) 조짐을 보이면서 이번 인수로 ‘매머드급’ 조선사 탄생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조선업 1위인 현대중공업이 3위 대우조선 인수를 완료하면 명실상부한 글로벌 1위 조선사가 탄생하게 된다. 양사는 조선업의 미래 먹거리로 평가되는 LNG선박에서 분야에서 글로벌 1, 2위의 수주량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는 두말할 나위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럼에도 정작 대우조선 회사 내부 분위기는 마냥 밝지만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언젠가 이뤄질 매각이었지만 그 시기가 너무 급작스러웠고, 얼떨떨하다는 반응이 많다. 게다가 양사가 합쳐지면 중복 업무 등에 의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당연히 피인수 기업이 불리하지 않겠냐는 주장도 있다.

최종 인수자를 결정하는 것은 산업은행의 몫이다. 산은은 삼성중공업에 한 달간 검토기간을 주고 포기할 경우 이르면 오는 3월 8일 현대중공업과 본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메가톤급 조선사의 탄생을 앞두고 이번 인수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이 주인 없는 회사 신세를 벗어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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