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노조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에 반대하는 총파업에 돌입한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18일 오전 6시30분부터 19일 오후 1시까지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매각 반대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이날 노조는 전체 조합원 5611명 중 5249명이 참가해 4831명(92.16%)의 찬성으로 파업 안을 통과시켰다. 대우조선 노조는 이번 파업 결의를 통해 본격적인 인수반대 파업에 나선다.
다음달 8일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간 예정된 본계약에 앞서 이번 주 산업은행 상경 투쟁, 조선업종 노조연대 국회 공동기자회견, 범시민 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등을 통해 매각반대 여론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대우조선 노조는 양사가 합쳐지면 중복 업무 등에 의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피인수 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이 당연히 불리하지 않겠냐는 입장이다. 결국 생존권이 위태롭다는 주장이 이번 총파업의 명분이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 관련 기자재 업체들도 극렬 반대에 나선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기자재 대부분을 자회사에서 충당하고 있는데, 만약 양사가 합병될 경우 관련 기자재를 거제와 경남의 중소기자재업체에서 납품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의 자회사로 공급을 늘리면서 대우조선해양의 기자재 업체들이 붕괴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거제 지역 정당과 시민단체도 적극적인 반대에 나선 상황이다.
같은 날 정의당 울산시당은 오후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연관된 많은 하청 업체의 줄도산을 불러올 것”이라며 “노동자대표를 포함하지 않고 졸속으로 이뤄지는 이번 협상은 재벌 특혜 그 자체다. 엄청난 국민의 혈세로 되살려놓은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넘김으로써 국내 조선업은 독과점형태로 바뀌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양사 빅딜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12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업무 상당 부분이 겹치기 때문에 효율적 경영을 빌미로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이라며 “이는 동반부실 우려와 함께 조선산업 기반을 허물게 된다. 이미 노동자 3만5000여명이 일자리를 잃고, 휴직으로 내몰린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면, 구조조정 확대로 고용불안이 가중된다”고 주장했다.
양사 노조는 물론 정치권까지 극렬 반대에 나선 이상 양사 합병은 큰 암초를 만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양사 합병에 ‘무조건 반대’ 의사를 표하기는 어렵다는 게 관련 업계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은 시기가 급작스러웠을 뿐 분명 이뤄져야 했을 일”이라며 “과거 조선업 호황기처럼 앞으로도 한국 조선기업들이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을 지속할 수 없는 것도 사실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