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반대하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추진 중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발법)’은 지난 2012년 9월 박근혜 정부가 ‘내수기반 확충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정부 입법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경제성장률은 연간 0.1~0.5% 더 성장하고 국민소득 4만불 달성, 69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서발법의 핵심 내용은 서비스산업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규제 완화'로, 의료·교육·관광 레저·정보통신서비스 등의 규제개선과 자금·조세 감면 등을 위한 법적 근거를 추진한 것이다. 당시 정부는 서비스산업발전 5개년 및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추진상황을 점검키 위한 컨트롤타워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를 설치, 서비스산업을 종합적으로 진흥시키겠다고 밝혔다.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으로 해당 법안이 ‘의료영리화’의 물꼬를 트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국회에 계류돼 있던 법안은 정부 입법 2년 2개월만인 2014년 11월 처음으로 제정 공청회가 열린다. 공청회에서 새정치연합 윤호중 의원은 “서발법은 의료·교육·관광을 영리화해서 공공성을 무너뜨리고 돈벌이 수단으로 삼기 위한 포괄적인 규제 완화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듬해인 2015년 2월 다시 정부는 법안을 수정해 입법을 추진했다. 변경 내용은 이렇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3조 1항을 ‘서비스산업에 관해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외에는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는 규정을 ‘서비스산업에 관해 의료법4조(의료인과 의료기관장의 의무), 15조(진료거부 금지 등), 33조(의료기관의 개설 등), 49조(부대사업)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의료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로 바꾼 것.
새정치연합은 “기재부가 서비스산업을 총괄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당은 법이 통과되면 보건의료 분야 등에서 공공성이 침해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서발법에서 보건의료 관련 내용을 완전히 삭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같은 해 6월 정부는 법안 수정을 한차례 더 진행했다. 이번에는 “보건 의료의 공공성과 관련되는 분야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조문을 추가해 야당의 반대를 무마하려 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제1항 단서에 따른 보건 의료의 공공성과 관련된 분야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부대 의견을 문제 삼고 1차 수정안보다 더 후퇴했다며 법안 통과를 막았다.
이때 새정치연합 김용익 의원(현 국민건강보험 이사장)은 2016년 3월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영리의 추구를 금지하는 ‘기본이념’ 조항을 포함해 ‘서발법’ 수정안을 내놨지만, 19대 국회가 막을 내리며 법안은 자동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도 서발법의 국회 통과는 좌절됐다.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 등은 법안을 다시 발의했지만, 반대에 막혀 국회에 계류됐다. 그랬던 것이 문재인 정부 이후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서발법’을 재입법하면서 상황이 반전된다. 김 의원은 앞선 법안에서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했다.
이 법안은 제3조 1항에서 ‘서비스산업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외에는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규정해놓고 2항에 ‘의료법, 약사법, 국민건강보험법, 국민건강증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항들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아니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보건의료 분야의 핵심사항을 규정하는 4대 법률을 지목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것이 발의 배경으로 밝힌 김 의원의 설명이다.
지난달 13일 당·정·청 협의회에서는 서발법의 국회 통과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법 제정의 '공감대'가 공유되긴 했지만, 현재의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보건·의료 분야를 적용 범위에서 제한한 것을 문제삼아 반대하면서 다시 발목이 잡혔다. 이렇듯 정권과 당리당략에 따라 오락가락한 서발법의 국회 통과 여부가 언제쯤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