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계의 애플’로 불리는 블루보틀 국내 1호 매장이 정식 오픈했다. 블루보틀이 본사가 위치한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 매장을 내는 것은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가 두 번째다.
3일 오전 7시께 찾은 서울 성수동 블루보틀 1호점에는 이미 먼저 대기하고 있는 고객들이 있었다. 첫 오픈을 앞두고 사람이 몰릴 것으로 예상해 정식 오픈시간인 8시보다 1시간 가량 일찍 도착했지만 이미 50여명의 인파가 자율적으로 줄을 서고 개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고객은 무려 7시간 전인 자정부터 대기했다고 밝혔다. 줄의 맨 앞에 서 있던 이모(23) 씨는 “밤 12시 20분쯤 도착했다”면서 “블루보틀은(해외 매장 포함해서) 처음이라 다양한 커피를 마셔보고 싶다”고 말했다.
블루보틀은 2002년 창업자인 제임스 프리먼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커피브랜드다. 경험과 환대, ‘애플’과 마찬가지로 사용자에게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알려졌다.
엄선된 블렌드와 싱글 오리진 드립 커피, 아이스 커피, 에스프레소 음료 등 맛있는 커피를 위한 메뉴와 국내 파티시에 메종엠모(Maison MO)와 협업으로 한국에서만 선보이는 페이스트리 메뉴를 제공한다.
블루보틀 성수점은 자연광을 바탕으로 한 미니멀리즘에 대한 블루보틀의 공간 철학을 반영했다. 통유리로 되어있는 개방형 아트리움을 통해 외부에서도 블루보틀 로스터리를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 로스터리와 바리스타 교육과 시음회가 진행되는 트레이닝 랩을 갖추고 있다.
오픈 30분을 앞두면서 대기인원은 급격하게 늘어나자 직원들이 나와 고객들을 안내하고 줄을 정비했다. 미리 자리를 맡아놓는 경우를 막기 위한 안내도 이어졌다.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초반 나윤건(가명) 씨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해 6시쯤에 왔지만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면서 “일본 블루보틀 매장에 다녀온 적이 있지만(비교했을 때 외관 등이) 뉴트로 트렌드에 맞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전 오픈기간이 있어서 인터넷에 정보가 많이 공개돼있는데 가격대는 비슷한 것 같다”면서 “(성수동 카페거리) 근처 카페들은 인기가 많아지면 6개월은 줄을 서던데 블루보틀은 1년은 줄을 설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나 씨의 말대로 블루보틀 대표 메뉴인 ‘뉴올리언스'는 한국에서 5800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이는 미국 4.35달러(약 5070원), 일본 540엔(563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오픈 예정 시간인 8시가 가까워지자 브라이언 미한 블루보틀 CEO와 제임스 프리먼 창업자는 직접 매장 밖으로 나와 대기 중인 고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1호점 첫 손님인 이 씨와 사진을 함께 찍기도 했으며, 한국에 매장을 오픈한 이유에 대한 고객의 질문에 웃으면서 “왜 안되나요(Why not?)”이라고 대답하는 등 소통을 이어갔다. 블루보틀 한국 매장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 진출하는 국가다. 현재 미국·일본의 68개 매장은 모두 직영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메인 음료는 일반 카페 메뉴와 비슷하다.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라떼, 카푸치노, 라떼 등을 판매한다. 커피가 아닌 일반 음료는 레몬 유자 스파클링, 핫 초콜릿 등이 있다.
8시를 넘어서자 대기 인파는 200여명으로 훌쩍 넘어갔다. 오전 10시를 넘어가자 인원은 더욱 늘어났다. 블루보틀 직원들은 줄의 맨 마지막에 서 있는 고객에게 “입장 예상 대기 시간은 3시간 가량”이라고 안내했지만 돌아가는 손님은 극소수였다. 입장한 이후에도 주문을 위해서 다시 줄을 서야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대략적인 추산으로 대기 인원이 300명을 넘어서자 사실상 통제는 어려워졌다. 직원들이 수시로 대기하며 줄을 정리했지만, 이들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미리 줄을 서 있던 사람이 지인들을 세우기도 했다. 이 때문에 중간중간 대기자들 사이에서 언쟁이 오가기도 했다. 텐스 배리어(Tens Barrier)가 없어 줄이 엉키기도 했으며 통행자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또한 24℃를 넘나드는 날씨 탓에 더위를 호소하는 고객들도 있었다. 인근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장모(31)씨는 “이렇게까지 사람이 많을 줄은 몰랐다”면서 “줄 서 있는 위치에 따른 대기 예정시간을 고지해주거나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가림막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