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발생한 한국수력자원자력 해킹 사건에 책임을 느껴 우울증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파견업체 직원을 두고 법원이 업무상 재해로 보기는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장낙원)는 한국수력원자력에 파견돼 컴퓨터 유지관리업무를 하다 2016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모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A씨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한수원에 파견돼 직원채용과 관련한 컴퓨터 프로그램 유지관리 업무를 맡았다.
그러던 2014년 12월 해킹으로 인해 한수원의 원전 운전도면 등이 외부에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검찰은 해킹이 된 컴퓨터를 찾기 위해 한수원의 협력업체로 수사를 확대했다.
A씨는 이 사건 이후 우울증과 불안감에 시달렸다. 김씨 업무 특성상 외부로부터 컴퓨터 파일을 받는 일이 흔했기 때문에 자신의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해킹사건을 일으킨 것이 아닐까 의심했다. A씨는 대학병원 정신의학과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먹었다.
A씨는 회사에 사직 의사를 표했지만, 회사는 사의를 반려하며 병가를 내렸다. 이후 해킹 사고가 A씨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그의 우울증 증상은 나아졌다.
그러나 한수원이 경주로 이전하기로 확정하고, A씨의 회사 직원 일부도 경주로 내려가게 되면서 A씨의 우울증은 다시 심해졌다. 결국 경주로 발령 나기 일주일 전 A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은 한수원 해킹 사건이 A씨의 우울증을 발병시켰고, 경주 발령을 대비하는 과정에서 우울증이 재발한 만큼 업무상 재해라며 유족급여를 청구했다. 공단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자 소송으로 이어졌다.
법원은 “망인의 자살이 사회평균인 입장에서 보아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는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 기인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A씨의 우을증 발병에 한수원 해킹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으나, A씨가 수사를 받았다거나 한수원 등이 망언에게 책임을 추궁한 적이 있었다는 정황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망인의 완벽주의적 성향, 지나친 책임의식 등 개인적 소인을 고려하더라도 해킹사건이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를 줘 우울증을 발병케 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방 발령에 대한 심적 부담에 대해서도 “지방 발령은 급작스럽게 결정된 것이 아니라 7개월 전에 결정됐고 팀원들과 함께 이동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