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유예됐던 금융권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의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 증권사는 시범 운용 등을 통해 새 제도에 적응할 준비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주요 증권사는 이미 정해진 퇴근 시간에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는 'PC 오프(off)'제를 도입했거나 선택적 근로시간제, 자율(시차)출퇴근제 등을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52시간제를 적용받게 된 4만여명의 증권사 직원 중 애널리스트 등 일부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정부의 보완책 마련을 기대하는 상황이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금융투자회사 470곳 가운데 직원이 300명 이상으로, 7월부터 주 52시간제를 적용받는 기업은 증권사 22곳, 자산운용사 3곳 등 모두 25곳이다.
이들 회사의 임직원 수는 총 4만3158명(3월 말 기준)으로 업계 전체(4만8075명)의 90%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주요 증권사들은 한참 전부터 근무시간이 주 52시간을 넘지 않도록 자체 기준을 마련해 시범 운영해왔다.
대체로 하루 8시간씩 5일, 주 40시간 근무를 기본 원칙으로 세우고 리서치센터, 해외시장 거래, 회계, IT 등 부서는 업무 특성에 따라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을 적용해 근무시간대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했다.
대형사 외에도 중소 증권사도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52시간제를 시범 운용한다. 유안타증권(1729명), 대신증권(1542명), 메리츠종금증권(1468명), 한화투자증권(1117명) 등도 이달부터 주 52시간제를 시범 운용하고 있다.
중소형사 가운데도 SK증권, 하이투자증권, 키움증권, 유진투자증권, 현대차증권, IBK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등은 이미 주 52시간제를 시행 중이다.
이들 역시 대부분 PC 오프제와 시차출퇴근제를 도입했다.
대형 자산운용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886명)은 근무시간을 관리하는 앱까지 도입해 직원들이 이 앱에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도록 하는 등 근무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고 한화자산운용(343명)은 PC 오프제와 부서별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성과에 따라 연봉 계약을 맺는 애널리스트들은 현실적으로 52시간제를 지키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널리스트들은 낮에는 영업 지원이나 기업탐방을 하고 보고서는 주로 밤에 작성한다는 것. 때문에 52시간제를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0일 금융업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등도 재량근로를 허용해야 한다는 업계 요구에 “관계 기관, 노사 의견수렴을 거쳐 재량근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량근로제는 업무 수행 방법을 노동자 재량에 맡길 필요가 있는 경우 노사 합의로 소정 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