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유발하는 뇌 속 노폐물의 배출 경로를 국내 연구진이 발견했다. 치매 정복에 한 걸음 다가선 성과다.
25일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 고규영 단장 (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 연구팀은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을 유발하는 뇌 속의 노폐물이 뇌 밖으로 배출되는 주요경로(hotspot)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동물실험을 통해 뇌의 노폐물을 담은 뇌척수액을 밖으로 배출하는 주요 통로가 뇌 하부에 위치한 뇌막 림프관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나이가 들수록 뇌막 림프관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뇌의 수액이라고도 불리는 뇌척수액은 뇌를 보호하고, 뇌에서 발생하는 노폐물을 배출시켜 중추신경계의 기능과 항상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연구는 뇌 하부 뇌막 림프관의 정확한 위치와 기능은 물론, 노화에 따른 변화를 규명한 것으로, 향후 치매를 포함한 퇴행성 뇌질환 연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우리 뇌에서는 대사활동의 부산물로 상당한 양의 노폐물이 생성돼 뇌척수액을 통해 중추신경계 밖으로 배출된다. 이 떄 베타-아밀로이드, 타우 단백질과 같은 노폐물이 배출되지 않고 뇌에 축적될 경우 기억력 등 뇌 인지 기능이 저하되고, 치매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다만 아직까지 뇌척수액의 정확한 주요 배출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었다. 뇌막 림프관이 딱딱한 머리뼈 속에서 다른 혈관들과 복잡하게 얽혀있어 정확한 관측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연구진은 생쥐의 머리뼈를 잘 보이도록 얇게 박피해, 뇌척수액에 형광물질을 주입하는 실험과 자기공명영상(MRI) 실험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뇌 상부와 하부 뇌막 림프관의 구조가 서로 다르며, 뇌 하부 뇌막 림프관이 뇌에 쌓인 노폐물 등을 밖으로 배출하는 주요 배수구 역할을 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또 노화 생쥐 모델의 뇌막 림프관의 구조와 기능을 규명하는 실험을 진행하여, 노화에 따라 뇌 하부 뇌막 림프관이 비정상적으로 붓고, 뇌척수액 배출기능이 저하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뇌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질병을 유발하는 노폐물이 어떻게 뇌 밖으로 빠져나가는 지를 확인하고, 노화에 따른 구조와 기능 저하를 최초로 규명한 결과다. 뇌의 인지기능 저하,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고규영 단장은 “앞으로 뇌 하부 뇌막 림프관의 배수기능을 향상시키는 치료제를 개발하면 새로운 퇴행성 뇌질환 치료방법의 실마리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Nature, IF 43.070) 온라인 판에 7월 25일 새벽 2시(한국시간) 게재됐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