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업계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업황 부진(다운사이클)에 최악의 정제마진까지 겹치며 2분기 직격탄을 맞았다.
2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해 급감했다. 특히 에쓰오일은 적자를 거뒀다.
먼저 SK이노베이션은 올해 2분기 41.6% 줄어든 4975억원의 영업익을 거뒀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같은 기간 50.8% 줄어든 1544억원, GS칼텍스의 경우도 전년 동기 대비 77.2% 감소한 1334억원을 기록했다. 에쓰오일은 주요 설비 보수 등의 영향까지 겹쳐 90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2분기 정유업계의 실적 악화는 지난 3달 가까이 3달러대를 하회한 정제마진의 영향이 컸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인 휘발유·경유·나프타 등의 가격에서 원유의 가격과 운임·정제 비용 등 원료비를 제외한 값을 의미한다. 이 지표가 높아질수록 정유사의 수익도 높아진다.
보편적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이다. 지난 2분기 정제마진은 미·중 무역분쟁 등의 영향으로 인한 글로벌 수요 부진 등의 영향으로 3달러대를 하회하며 급격히 악화됐다. 2분기 내내 정유업계는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본 셈이다.
이처럼 올해 상반기 고전을 면치 못한 정유업계는 오는 하반기 실적 반등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정제마진의 개선과 정유 제품 수요 회복이 기대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먼저 최근 4주 동안 정제마진은 연속 상승해 7달러대를 돌파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인 4~5달러대를 넘어 개선된 이상 3분기부터는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관측이 많다.
아울러 내년 시행을 앞둔 IMO 2020(국제 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 시행)도 실적 개선 기대감에 힘을 보태고 있다. IMO는 2020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모든 선박 연료유 황 함유량의 상한선을 현재 3.5%에서 0.5% 이하로 대폭 강화하는 규제다. 이에 따라 황 함유량이 적은 저유황유 수요가 늘어 정유 업계 실적에 보탬이 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경목 SK에너지 사장도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 하반기 디젤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며, 정제마진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와 달리 3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라며 “다만 세계적 석유 수요가 국내 정유 업황에 연결되기 때문에 세계적 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돼야만 긍정적 영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