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국에서 활동했던 가수 스티브 유(유승준)가 17년 만에 입을 열었습니다. SBS ‘본격연예 한밤’이 미국 LA에서 직접 스티브 유를 만나 인터뷰한 내용이 지난 17일 방송된 것이죠. 스티브 유는 오는 20일 열리는 자신의 비자 발급 관련 파기환송심을 앞두고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놨습니다.
스티브 유는 자신을 둘러싼 잘못된 사실 관계를 해명함과 동시에 자신의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17년 동안 입국을 금지당한 핵심 사안인 입대 직전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에 대해선 “떠밀렸다”고 했습니다. 군대에 가려고 했던 자신의 의도와 달리, 회사와 아버지, 목사 등 주변 사람들의 설득에 넘어갔다는 얘깁니다. 스티브 유는 “나는 진짜 군대에 가려고 했다. 약속은 진심이었지만 이행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처음부터 미국 시민권 작업 해놓고 가버린 비열한 사람이 아니었다”며 의도적으로 한국 국민들을 기만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죠.
그로선 용기를 내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얘기를 한 것이지만, 그의 얘기를 받아들이는 국민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습니다. “(군에 입대하겠다는) 약속은 진심이었다”는 그의 말에도 네티즌들은 “TV에서 보고 싶지 않다”, “입만 열면 거짓말”, “앞뒤가 안 맞는 말” 등의 댓글로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죠. 오히려 “굳이 인터뷰는 왜 했나”며 스티브 유를 만나러 미국을 찾아간 SBS에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방송에서 스티브 유는 철저히 자신의 입장에서 적극 해명을 이어갔습니다. 대법원 승소 이후 자신과 가족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 미국 국적을 취득할 당시 자신의 상황, 방송과 언론에 군 입대를 언급했을 당시의 속마음, 기자의 물음에 답한 것이 자원입대 기사로 공표된 에피소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유 등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은 스티브 유 개인의 많은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하지만 스티브 유의 해명은 공허했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대신, 잘못한 것 이상의 처분을 받는 것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기 때문이죠.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건 잘못이지만, 약속을 했을 때 마음은 진심이었다는 말이 대표적입니다. 이건 큰 잘못한 사람이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할 때 쓰는 화법이 아닙니다. 법정에서 누군가의 죄의 경중을 따질 때 개인의 입장을 변호하는 상황에서 필요한 말이죠. 여전히 그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미워하는 한국 국민들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입니다.
스티브 유의 입국 여부는 법정에서 결정될 문제입니다. 원칙적으론 그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태도가 법적 절차와 판단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될 일입니다. 그럼에도 스티브 유가 오랜만에 인터뷰를 결심한 건 국민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전하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고 진심을 이해받는 것이 목적이었겠죠. 하지만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인터뷰 기사에 달린 댓글을 하나씩 읽으며 다시 한 번 스스로의 잘못을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곳이 그가 그토록 돌아오고 싶어 하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한국이니까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