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병원에서 사망하면 일반 보호자는 사망 경위조차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에 대한 의무 보고를 골자로 한 환자안전법 개정안 일명 ‘재윤이법’의 국회 심의 및 통과를 환자단체가 촉구하고 나섰다. 개정안 내에 담긴 시민단체 지원 조항을 빼도 된다는 조건도 달았다.
18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서울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윤이 수면진정제 골수검사 사망사건’처럼 중대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 해당 의료기관의 장이 보건복지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며 “법안 내 비영리민간단체와 소비자단체에 대한 지원을 명시한 부분을 삭제해도 좋으니 법안을 심의해달라”고 호소했다.
2017년 급성림프구성백혈병 치료를 위해 3년 동안 항암치료를 받았던 대학병원에서 골수검사를 받다가 환자안전사고로 사망한 6살 김재윤 어린이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발의된 일명 재윤이법.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발생 시 병원이 의무적으로 보고해 예방대책을 마련하도록 해달라는 유족의 요청으로 지난해 국회에 발의됐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당시 의료기관은 재윤이 사망 사건 6개월 뒤에도 환자안전보고학습시스템에((KOPS)에 알리지 않아 유족이 직접 사고를 보고했고, 이를 통해 각 의료기관에 전달되는 주의경보 발령을 이끌었다.
문제는 올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해당 법안 심의가 불발됐다는 점이다. 환자단체에 따르면, ‘보건의료기관·보건의료인·환자와 보호자의 환자안전활동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의 근거조항(제3조제3항)에 비영리민간단체와 소비자단체를 추가한 규정’에서 브레이크가 걸려 제2소위원회로 회부됐으나 관련 심의는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재윤이 어머니 허희정씨는 “의료진은 문제가 발생하면 일절 입을 닫고, 의무기록지를 봐도 배경지식이 없기 환자 가족들은 사실관계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재윤이 사고 당시에는 제 직업이 간호사이고 아이를 계속 간호했기 때문에 병원은 기본적인 상황을 알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불가능한 이야기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허씨는 “의료과실은 법에 맡기고, 의료기관은 사실확인만 해주면 된다. 보고를 해야 또 다른 의료사고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법정에서 의료과실을 따지는데만 6~7년 이상 걸린다. 그 사이에 비슷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올해 안에 법안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체는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인 11월 20일 법사위 제2소위 회의에서도 환자안전법 개정안(대안)에 대해 심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20대 국회 입법기간 만료로 폐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기국회 이후 총선 준비로 법안 심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전례가 상당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 대표는 “민간단체에 대한 지원 조항은 환자단체가 요구한 것이 아니다. 법안 발의 때 의원실에서 환자안전사고 예방 교육이나 캠페인을 위해 따로 추가한 조항”이라며 “문제 조항을 삭제하더라도 올해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환자단체의 입장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환자안전법이 만들어져 있지만 절름발이 법안에 불과하다. 중대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제대로 분석해서 재발방지대책까지 이어져야 하는데, 현재 의료기관에서 보고되는 환자안전사고는 낙상과 같은 경한 사건 위주여서 큰 도움이 되지않고 있다”며 “재윤이 사건에서도 6개월 동안 병원이 보고하지 않아 결국 유족이 직접 보고해 겨우 재방방지대책을 받아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료기관의 양심에 맡길 것이 아니다. 사망 등 중대한 사고는 재발방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의무보고가 되어야 한다”며 “재윤이는 백혈병 완치 직전까지 갔지만 안전조치 미비로 결국 하늘나라에 갔다. 치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환자안전사고 예방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