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의 올해 4분기(10월~12월) 실적에 ‘경고등’이 켜졌다. 정유사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지표인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대로 추락하며 4분기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0.6달러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0.5달러 하락한 수치다.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1년 6월 첫째 주 이후 최초로, 18년 만이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인 휘발유·경유·나프타 등의 가격에서 원유의 가격과 운임·정제 비용 등 원료비를 제외한 값이다. 이 지표가 높아질수록 정유사의 수익도 높아진다. 보편적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정제마진은 손익분기점을 넘어 배럴당 마이너스 수준까지 내려왔다.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상황에 정유사가 석유 제품을 팔면 사실상 밑지는 장사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장기전으로 이어지면서 세계적으로 정유 제품의 수요가 감소한 것을 정제마진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손꼽고 있다.
실제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OECD국가의 올 상반기 일평균 석유 수요는 4720만 배럴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0.6% 감소했다. 한국의 석유제품 소비도 3분기 누적 기준으로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석유제품 수출액은 92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3분기 대비 15%나 감소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해 전세계 물동량 악화 등 악재가 커졌다”며 “또한 수요가 제한적인 상황에 중국과 미국 등 각국에서 정유 제품 생산량을 늘리면서 정제마진 약세가 심화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내년 시행을 앞둔 IMO 2020(국제 해사기구)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 시행을 통한 기대감으로 올해 하반기 정제마진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IMO는 2020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모든 선박 연료유 황 함유량의 상한선을 현재 3.5%에서 0.5% 이하로 대폭 강화하는 규제다. 이에 따라 황 함유량이 적은 저유황유 수요가 늘어 정유 업계 실적에 보탬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IMO2020을 통한 실적 개선 효과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IMO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외 정유사들이 경유 공급을 늘리면서 경유의 공급 과잉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재 정제마진이 마이너스 수준으로 악화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발동되는 IMO2020에도 불구하고 정유 부문에서 중국의 설비 신증설과 순수출 강화로 정제마진 개선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중국과 미국의 정제 설비 가동률에 따라 정제마진이 조정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