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관리 및 근로기준법 강화, 전공의 수련시간 제한 등으로 의료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가 점차 현실화되자 대한병원협회가 PA(진료보조인력) 문제에 대한 교통정리에 나섰다.
병원협회는 최근 '진료보조인력 실태 및 제도화 방안 연구'에 대한 연구자 공모에 나섰다. 의료인력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의사 인력의 한계로 의료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진데 따른 조치다.
당초 정부와 의료계는 전공의 수련시간 제한, 감염관리 활동 강화 등으로 예상되는 의료공백에 대한 대안으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내세웠었다. 그러나 서울 대형병원조차도 입원전담전문의 인력 수급에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의료현장에서는 불법과 합법 경계에 있는 진료보조인력(PA·Physician Assistant))에 대한 논란도 꾸준히 나왔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의료현장에서는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진단보조, 수술보조 등 PA를 활용해왔다. 의료인력 부족과 PA는 항상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주제인 것이다.
이번 연구자 공모와 관련해 병원협회는 "우리나라 진료보조인력은 외과계 전문의 수급 불균형 문제에서 기인하여 병원에서 수술보조 등을 위해 자체적인 훈련인력이나 숙련간호사를 활용하고 있으나, 의료기관별로 진료보조인력에 대한 자격기준, 업무범위, 교육 등에 대해 상이한 기준으로 운영되어 진료보조인력에 대한 실태조사 및 제도화 연구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 방향으로는 국내 진료보조인력(PA)관련 실태조사, 국외 진료보조인력 사례조사, 국내 진료보조인력 제도화 등이 제시했다. 병원협회는 이번 연구로 국내 현실에 맞는 PA제도를 모색하고, 향후 정책의 근거자료로 활용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같은 PA 공론화 움직임이 순탄지는 않을 전망이다. PA에 대란 전공의, 봉직의 등 의사단체들의 반대가 거세기 때문이다.
현재 의료현장에는 심장초음파 보조인력에 대한 고소·고발전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대한심장학회가 심장초음파진 진단을 돕는 의료기사, 간호사 등 보조인력에 대한 역량관리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PA를 인정하는 것과 동시에 무면허의료행위를 조장할 수 있다며 범의료계의 반발을 샀다. 이후 의료현장에서 고소·고발전과 경찰수사가 이어지며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날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보건당국에 "간호사의 심장초음파 행위는 이미 사법 당국에 의해 그 불법성에 대해 명확한 판단이 내려졌다"며 "해당 의료기관들의 의료법위반에 대한 후속 조치로 직접 현지조사를 통해, 의사 면허정지, 의료기관 업무정지, 진료비 환수 및 요양기관 업무정지, 그리고 경찰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간호사단체는 PA문제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PA문제를 묵인할 경우, 불법 PA업무 거부운동을 벌이겠다는 성명을 밝히기도 했다. 한만호 대한간호협회 정책전문위원은 "의사인력 부족이라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PA 문제를 풀 수 없다. 우리 보건의료시스템과 병원이 가진 공공연한 문제이기도 하다"며 "그동안 방치된 PA와 관련해 간호사를 희생양삼아 압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