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에서 의학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단순히 의약품 허가·출시를 위해 안전성·유효성을 확보하는 질환과 치료제에 대한 의학·과학적 논의를 넘어서 시판 이후 위해사례 수집, 추가 적응증 확보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회사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암젠코리아 의학부는 의사·약사 및 관련 분야 석·박사 학위 소지자인 Medical Advisor(이하 MA)나 Medical Science Liaison(이하 MSL) 뿐만 아니라, PMS(Post Marketing Surveillance Study) 매니저, RWE(Real World Evidence) 팀, Medical communication 매니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암젠코리아 의학부 김수아(사진) 전무는 “PMS 매니저, RWE 매니저 및 Medical communication 매니저 같은 직책은 암젠코리아 의학부만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자랑했다. 그는 “암젠코리아는 설립된 지 4년 만에 국내 출시 허가를 받은 제품이 6개에 달하기 때문에 PMS 매니저가 따로 근무하고 있다. 또 앞서 언급한 RWE를 생산하는 팀도 별도 운영 중이다”라며 “주로 외부 연구자, 학회와 함께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주 업무이며, 해당 팀은 역학 연구를 전공한 전문인력으로 구성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전무는 “암젠은 생물학, 유전학 등 기초과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혁신 제제를 연구, 개발하는 회사다. 따라서 의학교육 및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한 역량 중 하나로 여긴다는 특징이 있다”라며 “각 치료 분야에서 전문의들과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메디컬 커뮤니케이션 매니저가 대표적인 예로 아마 다른 회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포지션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직무는 질환 교육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끔 가이드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즉, 단순히 의·과학 정보만 전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수많은 정보 중에서도 특정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겠다는 것에 대해 전반적인 스토리라인을 제시하고, 의학 심포지엄에서의 외부 연자 선정 및 초청과 더불어 의학부에서 개발된 데이터를 토대로 한 논문 발행(publication)과 같은 업무에도 관여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 전무는 암젠코리아 의학부의 자랑거리로 ‘의학 교육’(medical education)과 ‘RWE(Real World Evidence) 데이터 개발’을 꼽았다.
◈ ‘암젠코리아 사이언스 아카데미’ 등으로 전문의 대상 최신 의료트렌드 제공
의학교육은 전문의를 대상으로 암젠의 치료제가 어떤 기전으로 작용하는지, 어떤 장점이 있는지, 또는 평소에 따로 확인하기 어려운 기초과학(basic science) 내용에 대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업무로 매년 초 국내외 의료 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암젠코리아 사이언스 아카데미’ 등이 대표적이다.
2017년부터 진행한 ‘암젠 사이언스 아카데미’(Amgen Science Academy)는 암젠의 치료제와 주력하고 있는 치료 영역 뿐 아니라 암젠이 갖고 있는 과학 역량을 소개하는 자리다. 과거에 다뤘던 주제로는 단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 mAB), 유전학 등이 있다. 올해는 RWE와 관련해 본사 RWE팀과 국내 전문가들이 모여 국내 데이터베이스로 어떤 연구를 할 수 있는지, 신약개발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고 추후 어떻게 기술을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행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보 전달 외에도 보건의료전문가들과 본사 과학자, 그리고 다른 연구자들 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최신 의학 트렌드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골다공증 분야에서 매년 겨울 ‘암젠코리아 본 아카데미(Amgen Korea Bone Academy’를 개최한다. 1박2일 동안 대규모로 진행되는 행사이며, 초기에는 본사 과학자들이 방문해 치료제 개발 배경을 설명하는 기회를 가졌다. 심혈관질환에서도 이와 비슷한 행사인 ‘암젠코리아 지질 아카데미(Amgen Korea Lipid Academy)’를 준비 중인데 아시아 태평양 지역총괄(region) 수준에서 시작된 행사로 한국에서는 2020년에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종양학에서는 앞서 홀로그램 기술 관련해 언급했던 ‘아시아 태평양 다발골수종 에듀케이션 아카데미’를 진행 중이다.
특히 암젠은 혁신적 접근(innovative approach), 즉 디지털 헬스케어의 실용화에도 앞장서며 ‘제약업계의 애플’로 불리기도 한다. 암젠코리아는 역시 혁신을 의학 교육에 접목시켜 심포지엄 중 ‘가상회의’(virtual meeting) 기술을 사용, 국내 전문가들과 세계적인 석학들이 자유롭게 의학 지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RWE 데이터 개발로 의료전문가와 환자에게 안정적인 치료제 공급
RWE 데이터 개발은 기존에 존재하는 데이터들을 토대로 환자 및 각 치료 상황에 맞는 데이터를 개발하는 업무로 이미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으며, 데이터의 중요성도 점차 강조되고 있는 추세다.
김 전무는 “본사 차원에서도 하나의 큰 부서가 마련되어 있으며 각 나라별로는 지사 내 의학부가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환자 개인 정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과거에는 생각보다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의료진이 환자 데이터를 제약사와 공유해야 한다는 사실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었다”라며 “지금은 RWE의 가치가 널리 알려져서 조금 더 수월해진 편이라고 생각한다.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보건의료전문가들과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제약사가 협력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암젠은 유전자, 세포, 단백질 등 살아 있는 생물학적 요소를 기반으로 한 바이오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생물학적 제제를 생산하는 회사다. 생물학적 제제는 생산, 유통, 품질 등 전 과정에 걸쳐 철저한 관리가 필수적인데 RWE를 활용한다면 더욱 세밀하고 자세한 기전까지 놓치지 않고 점검할 수 있어 환자들에게 조금 더 안정적인 치료제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RWE 업무 중에는 이와 관련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암젠이 바이오테크놀로지 리딩 기업으로 성장하는 바탕에는 유전학과 RWD 생성(Real World Data Generation) 분야에서의 발전이 있었다. 두 분야에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해 서로 보완하며 RWE를 생성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연구가 활발히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제약에서 바이오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경우 사람 체내 항체, 세포를 그대로 이용하거나 가공해서 의약품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바이오 의약품은 기존 화학 성분 제제와 달리 사람 몸 안에서 특정 기능을 하던 요소들을 가공해 만든 치료제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질환의 원인을 정확하게 표적(target)할 수 있다.
또 기존 화학 의약품이 상대적으로 넓은 범위에서 치료가 이루어진다면 바이오 의약품은 더욱 세밀한 치료가 가능하다. 특정 유전자 변이가 일어난 폐암을 예로 들자면 일반적인 화학 항암요법보다 돌연변이 유전자를 타깃으로 하는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뿐만 아니라 우수한 치료 효과와 더불어 치료 반응에 대한 예측 정확도가 높다는 점, 지금까지 치료 대안이 없었던 질환에 대해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여는 것도 바이오 의약품의 장점 중 하나다.
김 전무는 “모든 바이오 의약품이 반드시 맞춤 치료, 즉 특정 표적을 타깃하지는 않기에 맞춤 치료가 가능하도록 돕는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프롤리아의 경우 골다공증에 대한 전반적인 치료가 가능한 치료제다. 상황에 따라 바이오 의약품으로 전반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중요한 점은 기존 화학 제제로는 특정 표적을 타깃 하는 맞춤 치료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암젠코리아의 바이오기술 강점을 제일 잘 반영하고 있는 치료제는 ‘이베니티’와 ‘블린사이토’가 대표적이다. 두 제품 모두 체내에서 질환을 일으키는 단백질과 세포, 유전자 정보를 찾아내고 그에 대한 항체를 개발하는 과정을 거쳐 탄생한 제품이다.
이베니티는 2019년 5월 골절 위험이 높은 폐경 후 여성 및 남성 골다공증 환자의 골밀도 증가를 위한 치료제로 국내 허가를 받았다. 개발 배경도 눈길을 끄는데 특정 유전자 정보를 가진 골다공증 환자들을 분석해보니 모두 ‘두꺼운 뼈’를 갖고 있었고, 이외에는 구조적으로 다른 문제를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특징에 착안해 연구를 진행하다가 스클레로스틴(sclerostin)이라는 단백질에 변형이 발생한 것을 찾아냈는데, 해당 특징에 관한 항체를 개발, 치료제로 출시된 것이 바로 이베니티다. 이베니티와 해당 단백질이 결합하게 되면 골형성을 촉진하고 골흡수는 억제하는 이중 효과를 보인다.
블린사이토는 세계 최초로 몸에 있는 면역세포를 매개하는 T세포가 백혈병이나 암 세포의 항원을 공격하도록 결합하는 ‘이중특이성 T세포 관여항체(BiTE, Bispecific T cell Engager)’ 기술로 개발된 치료제다. 활발한 연구를 통해 특정 질환에 대한 항원을 파악할 수 있다면 위암, 전립선암 치료제 개발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암젠 의학부 목표는 “의료진에게 치료제의 정확한 정보 전달을 통한 환자의 삶 개선”
이러한 혁신 기술을 정확히 의료진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의학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김 전무는 “암젠의 치료제들은 특별한 기술이나 기전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해당 약제에 대한 정보를 의료진에게 전달할 때, 기존 옵션 대비 개선된 부분과, 이를 통해 환자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를 정확하고 쉽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의학 커뮤니케이션이나 교육 사업이 의학부의 중요한 업무라고 얘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치료제와 같은 생물학적 제제는 치료 가이드를 세울 때 의료진의 통찰력이 중요하다. 의학부 역시 이러한 부분에 있어 전문의들과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으며, 실제 진료 현장에서 얻는 의견들은 본사에 바로 전달해 환자들의 치료 환경이 점차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본사 직원들과 R&D 관련 회의를 하면 종종 ‘신약 개발에서 성공률이 너무 높다. 어떤 영역에 집중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는 말이 나오곤 한다. 신약 개발 성공률이 높다는 말은 기초 과학과 유전학에 대한 기본이 잘 갖춰져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라며 “암젠은 ‘생명과학을 최우선(Biology First)’으로 삼는 접근법을 통해 각종 질환을 연구하고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설립 이후부터 쌓아온 과학 역량과 데이터 리소스가 굉장히 탄탄한 편이고, 개인적으로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김 전무는 “의사로서, 제약업계의 한 파트인 ‘의학부’에서 일한 지 12년이 되어간다. 개인적으로 의학부의 역할은 의료진이 환자를 위해 제일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라고 생각한다. 가장 객관적이면서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라며 “올해는 의학 커뮤니케이션 측면을 강화하기 위해 조금 더 혁신적인 접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모색할 예정이다. 또 본사 의학부 내 디지털 리드(lead)와 조금 더 깊은 논의를 통해 내·외부적으로 상호교류가 활발히 일어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암젠은 심혈관계, 암, 골질환, 신경과학, 신장질환 및 염증성 질환 등 총 6가지 치료 영역분야에 집중해 탄탄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심각한 중증 질환이나 치료 대안이 부족한 질환의 치료제 개발에 있어 항상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회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중국 및 인도에 위치한 R&D센터와 협업, 이중특이성 T세포 관여항체(BiTE, Bispecific T cell Engager)를 개발한 독일의 신약 개발사인 마이크로멧(Micromet)을 인수했으며, 지속적으로 관련 플랫폼을 연구 및 개발하는 뮌헨 소재의 R&D 센터 등을 통해 다양한 유전학 활용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더 나아가 암젠은 아이슬란드 유전학 연구 기업인 디코드 제네틱스(deCODE Genetics)를 인수하고 영국의 바이오뱅크(UK Biobank)와의 프로젝트 등을 진행한 바 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