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원(鐵道員; ぽっぽゃ, 1999)’은 일본에서 14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이자, 117회 나오키상(直木賞) 수상작인 아사다 지로의 단편 소설 ‘철도원’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1999년 6월 일본에서 2주간 흥행 1위를 차지하면서 450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온전히 끝내야 한다는 ‘철도원’의 투철한 직업의식이 개봉 당시 일본의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 층까지 감동하게 만들었고, 그 때문에 몇몇 회사에선 사원교육을 위해 단체 관람을 시킨 결과 흥행에 성공한 것이라고 한다.
눈 덮인 산 속 폐선 직전의 후쿠오카의 조그만 기차역을 배경으로, 한 집안의 가장이자 역장이라는 두 가지 역할 중에서 예전 우리 아버지들이 그래왔듯이 가족보다는 평생 자신이 맡은 임무만을 충실히 수행하는 인생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딸의 죽음을 지켜보지 못한 채 역을 지켰으며, 아내가 큰 병을 얻어 병원에 입원하던 날도 자신을 바라보는 아내를 홀로 보낸다. 부인이 병실에서 숨을 거두는 순간에도 회사규칙에 따라 교대 근무자를 기다리다 임종을 놓친다. 자신도 눈이 많이 온 날 제설차를 기다리다가 철로 옆에서 얼어 죽는다. 정년퇴직한 후 초라하고 비참하게 살아가기보다는 광산의 폐광으로 폐선하게 된 철도의 마지막 역장으로서 평생을 바친 그곳에서 장렬한 죽음을 맞이하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마땅히 지켜야 할 행위규범으로서 법, 도덕, 관습, 종교 등의 규범이 있듯이, 직업윤리(職業倫理)란 직업적 활동을 수행하는데 있어서도 마땅히 지켜야 할 사회적 규범이다. 이는 근로윤리(일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근면․성실․정직하게 업무에 임하는 자세)와 공동체윤리(인간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봉사하며, 책임 있고, 규칙을 준수하고, 예의바른 태도로 업무에 임하는 자세)로 구분된다. 개인은 직업을 통하여 사회에 이바지해야 하므로 사회에 이익이 되는 건전한 직업인의 윤리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올바른 직업윤리를 확립이 요구되는데, 그전에 무엇보다도 자신의 성격에 맞는 직업의 선택이 전제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각각 상이한 성격의 특징을 지니고 있으므로, 자신에 맞는 직업의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직업에 대한 만족감과 자부심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직업은 우리에게 단순한 생계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며, 자신의 능력발휘를 통한 자아실현의 과정이다. 여기에서 자아실현이란, 참된 삶의 추구로서 자기의 재능과 친분과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직업인들에게 책임과 윤리 그리고 도덕성이 요구되는 것도 이러한 직업이 갖는 사회적 성격 때문이다. 미국대학의 법학교육은 ‘윤리교육에서 출발, 윤리교육으로 끝난다.(Ethics in, Ethics out.)’는 말까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에서와 같이 ‘전체주의․집단주의․국가주의’ 체제 속에 함몰되어가는 지나친 개인의 희생으로서의 ‘사무라이 직업관’(원용일, “사무라이 직업관이 주는 감동, 철도원”, ‘선교타임즈’ 2004. 8. 참조)은 바람직하지 않고, 오히려 두려움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기적을 가능하게 한 것은 직업윤리, 즉 문화가 유도한 인간자본이었다”는 데이비드 랑드의 말은 설득력이 있다.
정동운(전 대전과기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