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프레지던트(Dead Presidents, 1995)’는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흑인 용사가 실직과 가난에 허덕이다 범죄에 가담하여 파국으로 치닫는 내용을 보여준다.
안소니(라렌즈 테이트)는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어려움과 죽을 고비들을 넘기고 고향에 돌아온다. 안소니가 베트남에 가있는 동안 여자 친구였던 쥬니타(로즈 잭슨)가 그의 딸을 낳아 미혼모가 되어 있었다. 안소니는 딸과 쥬니타를 위해 돈을 벌어야 했지만, 일자리도 변변치 않고 그나마 일하던 정육점에서도 쫓겨나게 된다. 군대에서는 해병으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함으로써 인정받았지만, 사회에서는 직장도 잃고 쓸모없는 인간에 불과하였다. 궁핍한 생활을 견디다 못한 안소니는 옛 전우들과 함께, 전쟁에서 터득한 전투경험을 살려 폐기처분될 현금 수송차량을 털 계획을 세운다.
결국, 처제 델라이와 친구 호세가 목숨을 잃었지만, 돈을 훔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그 작전에 참여했던 목사가 돈을 흥청망청 쓰자,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그를 조사하게 되고, 안소니도 경찰에 체포된다.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가 안소니는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으며, 참혹한 전쟁의 기억 때문에 사회적응이 어려웠다면서 선처를 호소한다. 그러나 최고 무기징역, 최저 15년 형이 선고된다. 그러자 그는, “국가를 위해 싸웠는데, 대가가 이거야!”라며 판사에게 의자를 집어 던진다.
이 영화의 제목 ‘데드 프레지던트(Dead Presidents)’는 돈을 지칭하는 속어로, 미국 지폐는 이미 세상을 떠난 역대 대통령들의 초상화로 장식되어 있다는 데서 붙여진 말이다. 영화 제목 그대로 돈의 의의를 살펴보자.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3대 발명품은, 돈(money), 불(fire), 수레바퀴(wheel)라 한다. 이 중 ‘돈’이 이러한 평가를 받은 것은, 인류의 경제생활에 있어서 오랜 역사적 발전과정에서 교환수단으로 생성 발전되어, 모든 인간의 삶과 가장 밀접한 경제적 가치를 표현하는 수단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서 돈은 고려나 조선시대에는 조개(貝), 거북이 등껍데기(龜; 패물을 뜻함.), 베(泉布), 칼(刀), 비단(帛), 엽전(孔方) 등으로 불리었다. 근대에는 화폐(貨幣), 통화(通貨), 경화(硬貨) 외에, 전(錢) 또는 금(金)으로도 불려졌다. 이렇게 볼 때, 현금에는 통화 외에 교환수단이 되는 것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서양에서의 돈(Money)에 대하여 살펴보자. 기원전 344년에 유노 모네타(Juno Moneta)의 신전이 세워졌으며, 기원전 269년에 조폐국이 되었고, 그곳에서 발행하는 화폐가 모네타(Moneta)라고 불리게 된 후, 이 말이 변하여 ‘money’가 되었다. 여기에서 유노 모네타는 출산, 화폐를 상징하는 로마의 여신으로, ‘경고한다’는 뜻이다. 돈은 필요한 것이지만, 돈이 많다고 해서 큰 힘을 행사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며, 자신의 힘을 다른 사람을 위해 베풀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아담 스미스(Adam Smith)는 '국부론'에서, “큰 부자 한 사람이 있으면 적어도 500명의 가난한 사람이 반드시 있고, 소수의 풍부함은 다수의 궁핍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물론,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부자가 많아야 국가경제가 발전할 수 있으며, 나아가 부자가 존경받아야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돈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므로, 돈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돈은 삶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빈곤한 사람에게는 돈이 바로 생명이다.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