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 추모 1주기에 생각한다… 국민화합과 여성인권 그리고 윤미향

이희호 여사 추모 1주기에 생각한다… 국민화합과 여성인권 그리고 윤미향

기사승인 2020-06-10 16:36:25

오늘 아침 새벽 일찍 동작동 국립묘지를 찾았다. 이희호 여사님의 1주기를 기리고 묘소를 참배하기 위해서였다.

이희호 여사님은 참으로 험난하고 파란 많았던 그 긴 세월을 민주화 투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해오신 평생의 민주화 동지였다. 그리고 이 땅의 여성 권익과 여성 인권을 위해 쉬지 않고 투쟁해 오신 선구적 여성 인권운동가였다.

평소 정치에 간여하지 않으신 이희호 여사님에게 예외적인 부분이 있었다면, 그것은 여지없이 여성 권익과 인권에 대한 문제였다. 힘없는 여성이 성차별 또는 성적 모욕을 받거나 인간적 소외를 받는 부분에서는 지체 없이 목청을 높이신 분이 바로 이희호 여사님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야당 총재 시절에 주장했던 ‘호주제(戶主制) 폐지’를 비롯해서 여성권익 향상을 위한 법안제정에는 이희호 여사님의 고언(苦言)이 많았다. 이 나라 여성들의 인권향상과 권익 보호에는 여권운동가였던 이희호 사모님의 숨은 역할이 지대했음을 다시금 널리 알리고 싶다.

그러나 아직도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의 성 평등과 권익이 더 잘 보호되려면 제거해야할 구조적 장애물이 많다. 미국 미니애폴리스(Minneapolis)에서 백인 경찰이 무릎으로 흑인의 목을 압박하여 죽게 했던 ‘조지 플로이드 사건’처럼 미국에는 아직도 흑백차별이 심하게 남아 있듯이, 우리 사회 또한 보이지 않은 여성에 대한 차별의식이 깊게 잔존해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이용수 할머니의 한스러운 울부짖음에 대해서 이희호 여사님은 어떤 반응을 보이셨을까?

시민사회운동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여성 인권운동을 빙자하여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권을 짓밟고 돈벌이 장사를 하는 사회단체를 여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소위 정의연의 윤미향 같은 사람에게 무슨 말씀을 하셨을까? 또, 그런 사람이 소속되어 있는 정당 대표가 여사님을 찾아 인사를 왔더라면 어떤 말씀을 하셨을까? 억장이 무너지듯 성토했을 것이다. 젊은 여성이 여성 인권운동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일본 군국주의세력에 의해 피폐화된 위안부 할머니들의 황폐한 삶을 상업용 돈벌이로 활용한 만행을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악행이라 질타했을 것이다. 그분이 살아 계셔서 윤미향을 향해 무어라 말씀하실지 듣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벌써 우리 곁을 떠나신 지 1년이나 지났다니...

평소 이희호 여사님의 유지(遺旨)는 세 가지였다.

첫째, 우리 국민들께서 남편 김대중 대통령과 저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 주신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

둘째, 우리 국민들이 서로 사랑하고 화합(지역화합, 세대화합, 계층화합, 성별화합, 남북화합 등)해서 행복한 삶을 사시기 바란다.

셋째,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과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이희호 여사님 1주기 추도식을 마친 후 잠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님의 묘소도 참배하고 돌아왔다.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화 투사였고 박정희 대통령은 산업화 투사였다. 두 분은 평생 정적(政敵)이었지만 역사는 이제 두 분의 화해와 통합을 통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기를 요구하고 있다.

주변 4대 강대국에 둘러싸인 대한민국은 이제 분열의 정치에 종지부를 찍고 산업화와 민주화, 영남과 호남, 김대중과 박정희가 함께 가는 정치적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국민 대통합의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 그런 마음에서 우리 역사의 과거 분열선, 심리적 분단선은 뒤로하고 다 같이 하나 되는 새로운 통합으로 나가야 한다.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민주화와 산업화시대를 하나로 통합하여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영호남이 하나 되는 국민통합은 시대적 사명이자 시대정신이 되어 버렸다. 이제 우리는 희망의 미래를 여는 대통합의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