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주한미국대사관 건물 전면에 걸린 ‘Black Lives Matter’(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배너가 이틀 만에 철거된 이유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탓이라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인용해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은 15일(현지시간) 사안을 잘 아는 복수의 인사를 인용, 주한미국대사관이 이 배너를 내걸었다는 걸 알게 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으며 이날 배너가 철거됐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백악관과 국무부에 관련 코멘트를 요청했으나 즉각 답을 받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도 전날 미 국무부에 주한미대사관의 배너 게시가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승인에 따라 이뤄졌는지, 아니면 국무부 차원의 승인이 없어도 주한미대사관이 게시를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인지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주한미대사관 대변인 윌리엄 콜먼은 배너 철거 이후 해리스 대사가 배너를 게시한 이유에 대해 “인종주의를 우려하는 미국인들과 연대의 메시지를 나누려던 것이었다. 대사의 의도는 특정 기관을 지지하거나 기부를 권하려던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그는 “미국 납세자들의 세금이 그런 기관에 이익이 되도록 사용된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 해리스 대사가 배너 철거를 지시했다”며 “이것이 배너 게시로 표현된 원칙과 이상을 축소되게 하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주한미대사관은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건물 전면에 ‘Black Lives Matter’가 적힌 대형 배너를 내걸었다. 대사관은 트위터에 배너 사진을 올렸고 해리스 대사도 해당 트윗을 리트윗하며 “미국은 자유롭고 다양성이 보장되는 국가”라고 적었다.
미국에서는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이후 전역에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확산했는데 이 문구는 시위대의 대표 구호다.
배너 게시에 해리스 대사의 행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 확산 과정에서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기도 하는 등 법질서 확립에 방점을 둬왔다.
로이터통신도 배너 게시를 보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임명된 인사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에 공개적인 지지를 보낸 건 드문 일”이라고 전했다.
주한미대사관 건물에 해당 배너가 내걸린 것 자체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는데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의 거취와 관련해 몇 달 전 ‘11월 사임설’ 보도가 나왔던 터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4월 해리스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와 상관없이 11월 미국 대선 이후 사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해리스 대사는 보도 이후 ‘내 거취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11월 사임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는 취지로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리스 대사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국면에서 미국의 입장을 강하게 대변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