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쿠키뉴스] 권기웅 기자 = 고깃덩이를 입에 물고 개울을 건너는 강아지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곰곰이 생각한다. 물에 비친 고깃덩이가 더 커 보였던 강아지는 이내 짓고 만다. 물고 있던 고깃덩이는 물속으로 사라졌다. ‘욕심’과 ‘어리석음’을 교훈으로 주는 이솝우화의 이야기이다.
최근 안동시의회 의장을 두고 보인 미래통합당의 모습을 이 이야기에 투영해봤다. 지난달 26일 손광영 의원을 단일 후보로 선출하고도 이달 1일 여러 정치적 이권을 따져 권기탁 의원을 단일 후보로 내세워 안동시의회 의장 선거에서 완패한 미래통합당.
무소속이던 김호석 의원과 9:9라는 같은 표를 얻었지만, 연장자순에서 밀린 미래통합당에 ‘완패’라는 수식어는 과언이 아니다. 안동시의회 18명의 의원 중 12명이 미래통합당 의원이라는 점에서다. 같은 정당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꾸며 분열돼 이른바 ‘다 된 밥에 재’를 뿌렸다.
6대 의장을 지낸 김백현 의원이 8대 부의장에 선출된 것도 비난이 잇따른다. 풍산읍과 풍천면 등지의 미래통합당 당원들은 "부끄럽다"며 손사래를 쳤다.
안동시의회 의장을 둘러싼 미래통합당의 이 같은 실축은 지역에 잘 알려진 ‘윤병진’ 라인으로 귀결된다. 현재 안동시의회에는 윤종찬 의원이 윤병진의 아들이며, 정훈선 의원과 이상근 의원이 윤병진과 뜻을 함께하는 모양새로 읽힌다. 이들은 모두 미래통합당 소속 의원이다.
우선 이 3표가 미래통합당 후보인 권기탁 의원에게 가지 않았다는 게 당 내부나 일부 시민의 추측이다. 이른바 윤병진 사단이 3표를 갖고 정치적 혹은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소속과 미래통합당을 두고 저울질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김백현 의원이 대놓고 미래통합당 의장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선거 판도가 무소속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민주당과 무소속이 힘을 합친 곳에서도 1표의 이탈이 있었다는 전언이 나돈다.
안동시의회 의장과 IMACO(안동시세계탈연맹) 사무총장을 지내기도 했던 윤병진 전 총장에게 미래통합당이 단단히 발목을 잡힌 셈이다.
이 문제가 불거지자 8일 미래통합당 안동시 읍·면·동 협의회장 일동은 결의문을 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정당의 이익에 반해 해당 행위를 한 특정 의원들을 반드시 출당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래통합당 주요 인사는 "김백현 의원의 지역구인 풍산읍과 풍천면 당원들의 반발이 거세다"며 "의장까지 지낸 분이 다시 부의장을 한다는 데 많이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민심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자리싸움에만 혈안이 된 미래통합당’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강아지는 자신이 가진 것을 잃어버린 뒤에야 비로소 깨달았을 테다. 욕심과 어리석음은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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