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실적은 코로나19라는 변수 속에서도 선방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지주사 가운데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KB금융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711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8%(1,255억원) 감소했다. 이어 신한금융지주의 순이익은 1조8055억원(-5.7%), 하나금융지주는 1조3460억원(+11.75%), 농협금융지주는 9102억원(-8.7%), 우리금융지주는 6605억원(-44%)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하고 대부분 금융지주사들이 코로나19 여파에도 실적 방어에 성공한 것이다. 특히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은행 계열이 순이익 선방(1조73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5% 증가한 1조736억원)했고, 비은행 계열 가운데 핵심 자회사 하나금융투자가 상반기 기준 1724억원의 순이익을 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금융지주사의 실적 선방은 지난 4월 금융당국이 내놓은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으로 추가 자금공급 여력이 확보됐고, 비은행 부문, 이 가운데 증권 계열사들이 ‘동학개미운동’을 통해 브로커리지 수익이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은 여러 가지 악재로 인해 고민하고 있다. 우선 코로나19 바이러스 여파가 다시 재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은 결국 기업의 사업 진행에 발목을 잡게 되고, 이는 부실채권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자료에는 올해 2분기 주요 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 잔액은 4조795억원으로 직전분기 4조2712억원 대비 1917억원 감소했다. 이들 은행의 NPL 잔액은 코로나19 사태로 1~3월 사이 약 1150억원 증가했다가 다시 줄어들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또다시 확산될 경우 부실채권이 확대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 될 경우 한계기업들의 대출 상환이 어려워지고 이는 금융사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비대면 위주의 사회경제적 변화로 인해 지점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온라인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테크핀이 소비자들에 관심을 끌고 있다.
IB(투자은행) 관계자는 “테크핀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으로의 소비자 이동은 현시점에서 판매채널을 중심으로 빠르게 잠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최근 IPO(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는 카카오뱅크, 네이버의 테크핀 서비스 ‘네이버 파이낸셜’ 등의 등장은 기존 은행에겐 탐탁치 않은 상황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사용자 규모(계좌 사용 고객 수)도 올해 6월 말 기준 1254만명으로 지난해 말(1134명) 보다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다.
네이버 파이낸셜도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종합 금융 지원 서비스업’으로 기존 금융권과 차별화된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네이버 파이낸셜은 네이버가 제공하는 이커머스(온라인 상품 결제) 서비스와 함께 연동돼 사용할 수 있고 네이버통장을 통해 기존 금융사 보다 높은 이자율로 금융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게다가 기존의 국내 금융사(은행)는 투자업계에서도 매력도가 떨어지는 업종으로 저평가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KB금융지주의 현재 주가(8월 20일 기준)는 3만6450원으로 약 10년 전 주가(약 5만원) 대비 30% 가까이 떨어졌다.
유안타증권 박진형 연구원은 “이자마진의 지속적인 하락 추세와 추세적인 ROE(자기자본이익률)이 둔화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당국의 규제와 관치금융(정부 관련 인사의 CEO 선임)과 비탄력적 의사결정도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대신증권 박혜진 연구원도 “기준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마진 축소와 함께 대출 규제 및 배당에 대한 정부의 보수적 입장도 국내 은행의 저평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정권의 변화에 따라 CEO나 지주 회장이 바뀌고 있다. 오히려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문재인 정부 이후에도 한차례 연임이 이뤄진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금융권은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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