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
환청일까?21세기 4차산업혁명의 물결이 출렁이고, 지구촌 무대에서는 K-POP 열풍을 일으킨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미국 빌보드 차트 1~2위를 휘젓고 있는 세계화 시대에 웬 갈라파고스의 거북이가 등장한 것일까?
현실은 2020년 4차산업혁명시대인데 발상은 구석기시대에 머물러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역 화폐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논쟁을 매우 생산적이고 흥미롭게 지켜보던 중 뜻하지 않은 불상사를 발견했다. 왜 이런 시대의 불상사가 자주 발생하는 것일까? 시대와 생각이 맞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시대는 이미 미래적 현실이 되어 버렸는데 사람의 생각은 과거적 현실에 머물러 있어서 생각과 시대의 충돌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를 본 시대정신의 소유자들(시대와 생각이 일치한 사람들)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지사의 생각과 오늘의 시대가 따로 놀 수밖에 없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스럽지만 그렇다고 이를 한 여름철 울고 지나는 매미의 울음소리로 간주하기에는 너무도 위중한 국가적 현실이슈라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마디 남긴다.
우선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역 화폐논쟁은 매우 바람직스러운 측면이 있다. 개인의 정치적 성장과 새로운 정책실험을 통한 도정활성화란 측면에서 도정을 책임지고 있는 이 지사 처지에서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지사의 이런 정책들을 하나하나 관찰해보면 경제적 생산 관계의 측면에서 고려된 경제성장의 생산성에 기초를 두고 있기보다는 대부분이 정치적 생산 관계에 기초를 둔 포퓰리즘성 정책이란 측면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문제점을 금세 발견할 수 있다. 소위 경제는 파탄 나더라도 분배를 통한 정치적 인기와 표를 의식한 대중 영합적 정치적 선택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정책으로 표와 인기라는 두 마리의 정치적 토끼는 잡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경제는 파탄상황을 맞게 된다는 점이다. 이런 식의 포퓰리즘은 경제 파탄의 첩경이며 한국판 국가 부도를 초래하는 비극정치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식의 포퓰리즘이라는 국가 부도 정치가 통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현재 잠재적 대권후보들 가운데 가장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가 어쩌다가 언제부터 이런 천박한 포퓰리즘 정치가들의 노리개로 전락하고 말았을까 하는 걱정이 태산 같다.
이 글을 쓰는 본원적 목적과 이유는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가 걱정되어서이지 이 지사가 제기한 지역 화폐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논쟁이 아니다. 핵심은 반대자 혹은 이견자를 향한 그의 구닥다리 사고방식과 구태 즉 민주주의를 타살시키고 자유 가치를 탈취한 그의 독재친화적인 언행이다. 한마디로 민주주의나 국가의 일에 대한 경기도지사의 사고는 고장난 벽시계 수준이다. 그것도 오래전에 멈춰버린 그런 고물시계 수준이다.
이 지사는 ‘지역 화폐발행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없다’라는 보고서를 낸 조세재정연구원을 두고 “책임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 “청산해야 할 적폐다”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맨 처음에는 설마 그럴 리가. 지나치게 우스꽝스럽고 황당한 생각에 별로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후 환청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눈과 귀를 의심했다.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유신말기적 발상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점에 의아스러웠다.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은 글과 말은 모두 지워 없애야 한다는 말인가 섬뜩하기까지 했다. 자기 생각과 다른 주장을 한 사람은 모두 잡아들여 없애야 한다는 말인가. 이런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사람이 도정을 이끌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의 생각은 그 사람의 영혼이다. 본질이다. 그래서 사람은 생각하는 존재이다. 철학자의 말을 소개할 필요도 없이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처럼 사람의 존재 이유가 곧 생각이다. 인간의 생각(이성)이야말로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이다. 고로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인간의 생각하는 힘은 무엇인가? 그것이 곧 이성이다. 그래서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다. 그리고 이성은 다르고 다양하다. 이것이 인류가 멸망하지 않고 생존해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람들의 이 다양한 생각을 반영해서 하나의 정치 공동체를 구성하여 이끌어 가는 정치 시스템이 무엇일까? 그것이 바로 우리가 정치적 신처럼 믿고 따르는 민주주의이다. 그런데 경기도지사는 자신이 추진하려 했던 지역 화폐의 경제적 효과가 없다는 분석보고서를 작성한 조세연구원을 향해 “엄중 문책”, “청산해야 할 적폐”로 몰아세웠다. 이런 발상을 하는 인물이 민주주의를 정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의 소유자가 민주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어떻게 2020년의 대한민국에서 이런 발상이 생성될 수 있을까? 민주주의라는 관점과 기준으로 봤을때 경기도지사와 조세연구원 가운데 누가 엄중 문책의 대상이고 누가 청산해야 할 적폐일까? 이 지사는 자신의 발언이 어떠한 반민주적 심각성을 가졌는지 알기나 할까?
이 지사의 발언은 한마디로 민주주의 체제를 적폐로 규정한 것이다. 그는 모든 공직에서 사퇴를 종용받을 수 있는 그런 위험한 발언을 한 것이다. 국체와 국헌을 부정한 사람으로 낙인찍힐 수 있는(민주주의 체제 부정적인) 위험한 발언을 이 지사는 한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의 포용성과 관용성은 이런 이 지사의 발언도 수용하고 포용할 만큼 탄력적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지사의 발언은 인간의 이성을 적폐로 몰고 정치적 다양성, 다원성의 생태계를 적폐로 몰며, 궁극적으로는 자기와 생각이 다른 모든 사람을 적폐로 몰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파시스트 아니면 독재자나 할 수 있는 행태다. 전두환식 신군부독재와 이 지사가 다른 점이 무엇인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사상의 자유, 학문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개인의 자유까지도 적폐로 모는 이 지사는 어떤 생각의 소유자인가?
지역 화폐 이슈는 크게 3가지의 쟁점을 남기고 있다. 하나는 경제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조세재정연구원의 분석데이터의 신뢰 유무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연구진에 대한 협박문제이다. 우선 이상의 두 개의 쟁점은 보다 치밀한 분석과 객관적인 연구를 토대로 과학적 분석을 요구하는 부분이라서 좀더 많은 리서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 있지 않다. 자신의 정치적 의도와 생각이 다른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조세연 연구진을 향해 협박성 발언을 한 이 지사의 신군부와 같은 독재적 행태에 있다. 자신의 주장을 억지로 강요하는 협박 리더십은 민주주의 리더십 자질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구닥다리식의 반민주적 구태 리더십은 쉽게 혁신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란 점이다. 여기다가 이런 시대착오적 생각은 코로나19보다 더 위협적인 '질병'으로 간주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국가 헌법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자유의 가치를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통째로 적폐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 지사의 이런 독재적 태도는 '21세기판 네로 통치'이다.
이 지사에게 묻고자 한다. 이 지사에게 조세연이 작성한 보고서는 신군부시대의 불온서적물과 같은 존재인가? 아니면 지하 유인물인가? 그것도 아니면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될 일종의 금서인가? 전두환 신군부와 이 지사가 다른 점은 무엇인가? 독재 시대의 낡은 갑질 정치를 다시 소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생활화된 일상적 습관인가? 이는 오늘을 사는 우리의 미래 세대에게는 천박한 유행이다. 이 지사의 협박과 엄포는 폭언과 폭력이다. 개인의 권리침해이자 반인권적 폭행이다. 사상의 자유에 대한 공갈 협박이며 인권탄압이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다. 경기도청 공무원들이 도청을 감옥 혹은 포로수용소와 같은 억압의 장이 아니라 보다 큰 자유를 마음껏 호흡하며 자유인으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21세기 4차산업혁명시대와 K-POP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BTS의 다이너마이트 시대에 이 지사는 조세연의 연구원을 찾아가 자신의 폭언과 폭행적 언행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 화폐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 경기연구원의 분석보고서와 조세연의 분석보고서를 놓고 더 치열한 토론을 주재하고 더 열띤 공방을 통해서 정책적 생산성을 도출해 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여 경기연이 추진하려는 지역 화폐발행이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경우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 추진해 나가는 새로운 모델로 활용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역 화폐의 발행이 조세연의 주장처럼 2,200억 원대의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면 지역 화폐 발행문제는 즉각 폐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이런 국가 부도 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포퓰리즘 정책은 중단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의 시작은 이 지사가 조세재정연구원을 향해서 했던 폭언을 사과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노이즈 마케팅은 그 다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