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 2017년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시중은행의 채용비리 사건의 후속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분석한 은행권 채용비리 관련 재판기록에 따르면, 시중 4개 은행의 경우 이미 대법원의 최종 유죄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유죄에 인용된 부정채용자 61명 중 41명이 그대로 근무 중이었다. 또한 은행들은 채용비리로 인한 피해자 구제 등 후속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금융감독원은 국회에서 제기된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시중 11개 은행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했고 22건의 채용비리 정황을 발견해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검찰의 수사 결과 7개 은행에서 채용점수 조작 등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이 이뤄진 것을 확인돼 기소되었다. 2020년 9월 말 기준 우리은행을 포함한 4개 시중은행은 대법원 확정판결이 났고 신한, 국민, 하나은행은 각각 하급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대법원의 유죄판결이 확정된 은행들의 부정 채용자 근무현황을 살펴보면, 우리은행은 29명이 유죄취지에 인용되었고 그중 현재 19명이 근무 중이다. 대구은행은 24명 중 17명, 광주은행은 5명 전원이 근무중이고 부산은행은 지난 8월까지 근무중이던 2명의 채용자가 자진퇴사하면서 현재 근무하는 직원은 없는 상태다.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은 하급심 재판상황을 살펴보면, 신한은행은 26명중 18명이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고,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200~300건의 채용점수 조작에 대해 하급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2017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시중은행의 채용비리 문제는 부의 세습을 넘어 일자리 세습이라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여준 사례였고, 이후 공공기관 채용비리로 확장되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기도 했다.
2018년 전국은행연합회는 은행의 채용관리 기본원칙과 운영사항을 정한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만들고 공정한 채용절차를 확립하겠다고 나섰고 부정합격자에 대해서는 은행이 해당 합격자의 채용을 취소하거나 면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해당 모범규준이 이미 발생 된 사건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할 수 없고, 은행들에게 권고사항일 뿐이다. 뿐만아니라 부정합격자가 부정행위에 참여하지 않았을 경우 채용취소가 가능한지에 대한 해석을 은행마다 달리하고 있어, 향후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큰 의미를 두고 만들었지만 무용지물인 셈이다.
배진교의원은 “은행장을 비롯한 권력자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자녀와 지인 등의 부정 채용에 가담한 것이 밝혀진 지 3년이 지났지만, 부정 채용된 이들은 지금도 은행 창구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앞으로 은행의 자정노력도 중요하지만 제도적으로 피해자를 구제하고 부정채용자에 대한 채용취소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정의당 차원에서 채용비리특별법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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