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그동안 정부가 출자한 녹색펀드 23개를 분석한 결과 민간투자 창출비율이 0.57배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자금은 민간투자촉진의 마중물 역할을 위해 지원된다는 것을 고려할 때 그간의 녹색펀드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형배(더불어민주당)의원이 각 부처로부터 정부가 출자했던 녹색펀드들을 조사해본 결과, 23개 펀드의 펀드 모집액은 4조 851억이었는데, 최종 투자액은 3조5983억으로 모집액 대비 79%만 실제 투자된 것으로 집계됐다.
모집액 가운데 공공출자액은 2조6063억, 민간출자액은 1조4787억원으로 공공자금 대비 민간투자 창출비율은 0.57배에 불과했다. 공공자금을 마중물 역할로 민간투자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민간투자 창출비율이 최소 1배가 넘어야 하는데 0.57배라는 것은 대부분의 녹색펀드가 결국 국민의 세금인 공공자금으로 조성됐다는 것이다.
민간투자 창출비율이 높은 순으로 살펴보면, 린드먼아시아신성장투자조합이 공공출자액 250억 대비 민간출자액이 750억으로 민간투자 창출비율이 3배에 달했고, 스틱코리아 신성장동력 첨단융합 사모투자전문회사 펀드가 2.89배, 케이티비 신성장동력 사모투자전문회사가 2.5배, 수출입은행 탄소펀드가 2.47배로 2배가 넘는 민간투자 창출비율을 기록했다. 23개 펀드 중 민간투자 창출비율이 1배가 넘는 펀드는 총 13개였다.
그러나 민간투자 창출비율이 1배가 하회하는 펀드도 많았다. 에너지신산업펀드(0.01배), 코에프씨 스카이레이크 그로쓰 챔프 2010의 5호 사모투자전문회사(0.55배), 산은-KoFC 제1호 녹색인증 사모증권투자신탁(0.06배) 등은 민간 투자를 거의 이끌어 내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다.
민 의원은 “우려되는 점은 올해 국민참여형 뉴딜펀드를 추진하는 등 그린뉴딜 관련 녹색산업 지원을 위해 대대적인 펀드를 통한 조달책이 발표되었지만 이전 정부의 녹색펀드에 대한 사후평가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민간투자 창출비율이 1배도 되지 않고 약정액 대비 투자액은 79%에 그쳤으며, 환경개선에 대한 평가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민간운용사들은 펀드를 운용을 통해 총 2333억원 거액의 수수료를 수취했다. 운용사가 펀드 운용을 위해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이해하나 투자금을 집행하지 않아도 운용사가 매년 일정 수수료를 수취하는 시스템의 개선이 시급하다. 특히나 운용사들은 母펀드, 子펀드식으로 펀드를 구조화하여 저조한 직접투자 실적에도 불구하고 수수료를 이중, 삼중으로 수취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게다가 정부의 자료제출도 무성의했는데, 민형배 의원실이 녹색금융 종합포털과 기사검색 등으로 정부출자 녹색펀드 리스트를 자체적으로 조사해 각 부처에 자료를 요구했지만, 모집액, 출자액, 운용사 수수료액, 민간투자 창출비율, 회수율 등의 항목을 누락하고 제출된 펀드가 많았다. 이에 따라 자료제출 부족으로 분석되지 못한 펀드도 15개에 달했다.
민형배 의원은 “다른 선진국처럼 공공성과 책임성을 갖춘 녹색금융기관이 녹색펀드 운용 및 출자를 맡아 사후관리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로 해외에서는 녹색은행(Green Bank) 등을 통해 공공자금이 많은 민간투자를 창출하고 있다. 호주 청정에너지금융공의 경우 2020년 6월말 기준 민간투자 창출비율이 2.3배, 미국 코네티컷 그린뱅크(도 올 5월 기준 6배, 영국의 녹색투자금융공사의 경우 2017년 맥쿼리 앞 매각 전 3배의 민간투자를 창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민 의원은 “정부가 민간 자산운용사에 맡기고 사후평가를 하지 않으며 투자실적에 상관없이 수수료만 지급하는 펀드출자방식을 똑같이 재현한다면 이전 정부의 녹색펀드의 과오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며 “녹색금융공사의 설립을 통해 전문인력이 책임지고 펀드 운용 및 출자를 포함 다양한 금융상품의 제공을 통해 녹색산업에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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