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제 3법' 핵심은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재벌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막고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아 건강한 기업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 정기국회서 '공정경제 3법' 처리가 유력시되자 경제계는 연일 여당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가뜩이나 힘든 경제상황에서 굳이 지금 시점에서 공정경제 3법 처리를 해야 하냐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게다가 지난 국회 때처럼 공정거래 3법은 기업경영 위축을 가져올 것이라는 명분을 앞세우면서 문 정부 핵심 정책인 '일자리 창출'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쉽게 와닿지 않았다. 오너일가의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불공정행위를 막고 오너의 전횡을 막겠다는 것이 어떻게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되는 일인지 고개가 갸웃거렸다. 반대로 생각하면 오너의 전횡과 재벌 기업 횡포가 우리 경제에 보탬이 되기라도 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을 정도다.
대표적으로 3% 룰만 해도 그렇다. 3% 룰은 최대 주주가 보유한 주식 지분 중 3%만 의결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사내·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 등이 각각 3%씩 총 6%의 의결권을 행사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내·사외이사 총 3% 의결권만 행사하게 된다.
경제계는 3% 룰 개정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하면 외국계 투기 자본이 우호세력을 이사회에 심어 경영권을 흔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영권방어가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독립기구여야만 하는 이사회에 오너 사람들로 채워 넣는 게 맞는 건인지도 의심스럽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기업 이사회의 원안 찬성 비율은 99.64%로 사실상 100%다. 이 때문에 남이 시키는 대로 손을 드는 거수기 이사회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사회가 기업의 투명한 경영을 위해 독립적인 기구가 돼야 하는데 이처럼 오너의 입김이 센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구조다. 이런 문제를 깨기 위해 나온 것이 3% 룰인데 경영권 방어 핑계만 대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울 정도다.
어찌 됐건 '공정경제 3법'은 우리 사회의 숙원인 경제민주화 초석임은 분명하다. 지난 15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민주연구원장)은 "경제계 의견을 충분히 듣고 사회적 합의 속에서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홍 의원이 말한 사회적 합의는 경제계와 합의가 아닌 우리 사회와의 합의가 돼야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사실상 올해가 공정경제 3법을 처리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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