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16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는 그룹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농협중앙회나 지주회사(금융과 경제) 보다는 자회사 NH투자증권의 옵티머스펀드 논란이 더 큰 쟁점이었다. 그동안 국정감사에서는 농협중앙회 회장이 질타를 자주 받고 했지만 올해는 자회사 사장인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가 여야 의원들로부터 집중적인 질의를 받았다. 정 대표는 이성희 농협금융지주 회장 체제에서 연임에 성공한 몇 안되는 자회사 CEO(최고경영진)이지만 이번 사태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여야 정치권, 옵티머스 사태에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집중 질의
기존의 국정감사라면 농협중앙회 회장(現 이성희 회장)과 농협경제지주가 여야 의원들의 집중적인 질의 대상이 됐지만 올해는 대규모 사기펀드 사태인 ‘옵티머스 논란’이 불거지면서 자회사 NH투자증권이 가장 큰 쟁점이 됐다. NH투자증권의 대표인 정영채 사장은 13일 정무위 국감에 이어 두 번이나 증인으로서 국회에 소환됐다.
특히 옵티머스 펀드 사태가 최근 정관계 게이트 의혹이 불거지면서 여야 의원들의 미묘한 신경전도 이어졌다.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옵티머스 펀드 사태가 정치권과 연결고리가 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 펀드 상품을 하루 만에 실사해서 상품소위원회에 올리고 바로 결정한 절차에 대해 “단 하루만에 실사를 한 것은 부실 엉터리”라며 “누가 외부에서 이것을 좀 해 달라는 부탁이 없었다면 어떻게 이렇게 신속하게 허위 심사가 진행될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양수 의원은 “아무 외압이 없더라도 담당자와 대표는 최소한 배임이다. 그런데 이런 어이없는 투자가 왜 안 걸러졌는지 모르겠다. 분명 뭔가가 있고 외압일 가능성도 있다”며 “누굴 보호하려다 나중에 검찰조사로 이어질 수 있으니 신중하게 답해라”고 경고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옵티머스 펀드 사태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다만 정권 게이트 의혹을 제기한 야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 대표에게 “옵티머스 사태가 청와대가 연루된 권력형 게이트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나”라며 “이번 사태는 금융사기 사태가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영진 의원도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의 핵심은 상품을 설계하고 판매하는 과정과 금융감독체계 등 전체적인 차원으로 봐야 한다”면서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난 형태로 상품을 기획한 라임과 옵티머스 책임자, 주 은행과 판매사의 책임을 묻고 역할과 행위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맹성규 의원은 “옵티머스 윤석호 사내이사와 접촉한 NH투자증권 상품기획부장이 상품승인소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다”며 “이는상품을 고르고 선택하는 사람이 같아서 제대로 된 견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의원들의 질타에 정영채 대표는 국정감사 현장에서 핵심 주주인 농민 조합원들에게 사과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는 “저는 회사를 대표해서 주주의 자산을 지켜야 할 책임을 갖고 있음에도 농협의 이미지를 실추하게 했다”며 “전국 조합원 농민들에게 펀드 최종 책임자로서 사과드린다”고 답했다.
농민 소외·조합장 장기집권 논란도 쟁점…이성희 회장 일부 의원들에 ‘혼쭐’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농민들이 주체인 농협이 늘어나는 자산과 급여에 비해 농민들의 경제적 상황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1980년~2019년까지 농가인구 및 소득현황’ 자료에 따르면 1980년 농가소득에서 65.4%에 달했던 농업소득 비중은 2019년 24.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농협중앙회와 계열사 직원들의 급여는 갈수록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실제 2016년 11%였던 억대연봉자 비율도 2019년 25%로 증가해서 농협직원 4명당 1명꼴로 억대연봉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역농협 일부 조합원이 장기집권하는 등 지역 농합 사유화 우려도 제기됐다. 최인호 국회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118개 지역 농축협 중 462곳(41.3%)이 비상임조합장 체제로 운영 중이고, 이 가운데 75곳(16.2%)가 4선 이상의 비상임조합장이 재직하고 있었다. 선수별로 보면 10선(37년) 1명, 9선(33년) 3명, 6선(21년) 11명, 5선(17년) 18명, 4선(13년) 42명 등이었다.
장기재직 비상임 조합장을 둔 지역농협에서 친인척 채용 비리, 일감몰아주기 등 비위 의혹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언론을 통해 10선의 지역조합장이 인사권을 남용해 친인척 요직에 임용하고, 부인과 처남이 임직원으로 있던 업체가 지역 하나로마트에 용역인력 공급하는 등의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문제제기에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은 “장기집권의 문제가 아니다. 조합원들의 선택권이 있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이에 최인호 의원은 이성희 회장의 이같은 답변에 “겨우 이런 식의 답변밖에 하지 못하나”라며 “지역 농협장들이 투표권이 있기에 너무 의식은 하지 마시고 최소한의 조치하겠다고 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 회장은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밖에 농협경제지주의 순손실 악화에도 특별격려금 지급하는 모럴헤저드 문제, 농협 자회사 간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실 등도 도마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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