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통큰 결단’으로 KB금융 품에 들어가게 된 푸르덴셜생명에서 내부 마찰음이 강해지고 있다. 지난해 푸르덴셜생명이 KB금융에 편입된 이후 민기식 사장이 부임한 이래 첫 희망퇴직을 비롯해 지점 통폐합 작업 등 본사·영업 인력의 구조조정 신호가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은 지난해 실시한 희망퇴직을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이사항으로는 푸르덴셜생명은 지난 1989년 국내에 처음 진출한 이후 단 한번도 희망퇴직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KB금융지주에 편입된 이후 본사 인력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감축을 단행한 것이다.
보험업권에서는 푸르덴셜생명의 인력감축은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9월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직접 발탁한 민기식 사장이 ‘인력감축’ 전문가로 불리기 때문이다. 민 사장은 2019년 초 DGB생명 대표직을 역임하면서 영업 지점을 통폐합하고 전속설계사를 줄이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DGB생명의 흑자전환을 이끌어 낸 바 있다.
실제로 민 사장의 취임 이후 푸르덴셜생명에 일어난 첫 번째 변화는 지점 통폐합이다. 비용 절감과 조직 효율화의 명목으로 전체 76개 지점 중 13곳이 통폐합되면서 해당 지점에 속해있던 53개팀은 흩어졌고, 타 지점으로 들어갔다.
이처럼 푸르덴셜생명이 지난해 KB금융 편입 이후 지점 통폐합과 함께 본사인력 희망퇴직 등 인력감축 작업이 진행되면서 푸르덴셜생명 소속 보험설계사, LP(라이프플래너, 보험설계사))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푸르덴셜생명을 나온 전직 LP는 “KB금융이 푸르덴셜 통합 당시 약속했던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말이 무색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푸르덴셜이 KB금융과 통합될 때 구조조정은 없다고 했지만, 윤 회장이 직접 앉힌 민기식 사장 아래 불과 3개월만에 본사·현장 인원들이 대규모로 푸르덴셜생명을 나오고 있다”며 “지점 통폐합 작업을 거치면서 본사는 현장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은 채 지점장을 해촉하거나 현장 LP들을 이동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반발한 LP들이 이탈하는 사례도 계속 나오고 있다”며 “인위적으로 구조조정을 하지는 않지만, 사실상 간접적인 방식을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푸르덴셜생명 본사의 움직임에 현장 LP들도 지난 8월 ‘푸르덴셜 필드협의회’를 만들고 수 차례 경영진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회사 측에서 이를 계속해서 거부하면서 갈등은 더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현장 LP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푸르덴셜 필드협의회는 2021년 현재 여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푸르덴셜 필드협의회의 움직임이 없다고 해서 현장 LP들의 불만사항도 같이 가라앉은 것은 아니다. 2021년 현재 푸르덴셜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직 LP는 푸르덴셜생명의 LTI 제도(롱텀인센티브 제도)가 현직 설계사들의 움직임을 소극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LTI 제도(롱텀인센티브 제도)는 지난 2003년 푸르덴셜생명에 도입된 일종의 퇴직금 제도로, 20년 이상 근속하고 55세 이상 LP의 보장성보험 판매 실적에 연동해 인센티브가 적립되는 구조로 돼 있다. 다만 근속조건을 채우지 못하고 타사나 독립보험대리점(GA)으로 옮길 경우 LTI는 포기해야 한다.
푸르덴셜생명 현직 LP는 “필드에서 뛰고 있는 고연차 명예라이프플래너(ExLP)들은 본사 방침에 불만이 많을지라도 LTI 제도를 포기할 수 없어 강한 목소리를 내기 힘든 형국”이라며 “ExLP들이 반발해 퇴사할 경우 회사는 총 400억이 넘는 LTI 금액을 아낄 수 있고, 종신계약은 그대로 가져올 수 있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푸르덴셜생명은 오히려 회사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푸르덴셜생명 관계자는 “지점 개편의 경우 생산성과 평가지표를 평가하는 내부 메뉴얼에 의거해 진행한 것”이라며 “오히려 푸르덴셜생명은 2021년 영업조직과 본사인력 지원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본사 영업점의 경우 보험 업계 최초로 본사 전체에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하고, 현장 LP들에게는 비대면 상황에서도 고객이 직접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옴니 청약’ 서비스를 통해 어려운 영업환경에 처한 LP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푸르덴셜생명의 강점이 LP채널인 만큼 영업채널을 바탕으로 시장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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