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도 다소 엇갈린 시각을 보였다. 정부의 유동성 강화 정책이 리스크 관리 부실로 은행업권 전반에 전이될 가능성도 제기하는 반면, 현재 금융권에 이자가 유예된 대출의 원금의 비중은 적기에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가 코로나19 대출 원금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재연장을 사실상 확정지으면서 은행권의 셈법도 커졌다. 정책당국의 유동성 강화 정책이 지속될 경우 잠재적 위험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어서다.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정책 당국과 금융권의 유동성 공급과 이자상환 유예조치 등으로 잠재돼 있던 리스크가 올해는 본격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도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이자상환 유예는 일시적으로 차주의 부담이 줄일 수 있으나 자칫 대출 부담이 눈덩이처럼 쌓일 수 있다”며 “이자 상환도 못한 기업의 경우는 차라리 선제적 구조조정이 낫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금융지원이 만기 되는 시점에서 닥쳐올 리스크에 대해 경계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은행도 대출을 해 준 차주들에 대한 부실 상태를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이자 상환 유예가 종료되는 시점에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기에 연착륙(soft-landing)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금융업은 민간기업이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이 컨트롤하는 규제 산업 가운데 하나다. 과거 일본처럼 기업 부채를 탕감하는 일은 없겠지만 정부의 정책에 반기를 드는 것도 쉽지 않다.
또한 코로나19 충격으로 기업의 자금사정 우려와 함께 임금근로자의 실직이나 자영업자의 파산 등을 통해 가계부채의 부실화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적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내 자영업자 비중은 25.1%(2018년 기준)로 일본에 2배, 미국에 4배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원리금 상환유예가 이뤄진다면 상환불능 가구(자영업자) 비율이 1.2%에 그치지만 상환유예가 없을 경우 올해 3월부터 (대출) 상환 불능 가구는 1.9%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또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환 유예를 끝내버리면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부담도 커지고 이는 은행의 건전성 훼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원금과 이자 상환 기간을 늘리는 방식의 연착륙 정책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직까지 은행권의 부실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에 이자가 유예된 대출의 원금 비중이 적고, GDP 대비 정부부채가 거시경제에 부담을 줄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백두산 연구원은 “현재 은행권에 이자유예된 대출의 원금은 4조7000억원으로 이는 전체 은행 대출(1965조원) 대비 0.2%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2020년 6월 말 기준)은 45%로 G20 평균(103%)과 이머징 국가 평균(56%)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99%로 G20 평균(63%) 보다 높지만 스위스(129%), 호주(121%), 덴마크(111%)와 같은 선진국도 가계부채가 높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리스크 부담은 크지 않다고 한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전배승 연구원도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의 점진적 정상화와 가계대출 규제는 은행권의 대출성장률 둔화요인이지만 수익성과 건전성 측면에서는 불확실성 완화했다”며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의 재연장 가능성이 있으나 과도한 금융지원의 정상화 필요성에 대해 금융당국은 인지하고 있으며, 연장여부와 관계없이 은행권은 충당금을 인식할 것으로 보여 관련 불확실성 완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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