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맹견으로 인한 사고 관리를 위해 맹견보험 가입 의무화가 시행되는 등 반려동물 대상 보험 활성화방안이 연이어 나오고 있지만, 보험업권에서는 ‘떨떠름’한 반응이다. 보험사들이 기존에 내놓고 있던 ‘펫보험’도 가입률이 미진할뿐더러 반려동물 등록제도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다 보니 맹견보험 상품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오는 12일부터 맹견을 소유하고 있는 견주들은 ‘맹견 배상책임보험(맹견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맹견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맹견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와일러와 이들이 섞인 잡종견들이 해당된다. 만약 맹견 소유자가 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맹견보험 가입이 의무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현재 삼성화재·현대해상·하나손해보험·NH농협손해보험 등 4곳이 금융감독원에 맹견 보험 상품 등록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맹견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곳은 하나손해보험이 유일하다. 나머지 3곳의 손보사들은 이번달이나 다음달 경 맹견보험을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당장 오는 12일부터 맹견 소유 견주들은 맹견보험에 가입해야 하지만, 사실상 하나손해보험의 상품만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같은 보험사들의 미적지근한 움직임에는 맹견보험 시장 규모가 작다 보니 손해율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맹견의 수는 약 2000마리다. 여기에 잡종들과 미등록 맹견을 포함할 경우 약 1만마리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관측이다. 결국 맹견보험 시장은 이들을 한정해 영업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수입보험료 대비 보상해야 할 배상금의 규모가 커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맹견보험을 준비하는 보험사 관계자는 “맹견보험의 경우 수입 보험료가 연 1만5000원에서 2만원을 넘지 않을 것인데, 맹견보험의 잠재 가입고객은 1만명도 안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처럼 맹견보험 시장은 규모가 작은데,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최대 8000만원의 배상금이 지출되다 보니 손해율을 따진다면 출시가 꺼려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동물보호법 통과로 인해 가입이 의무화된 사항인 만큼 고객의 선택권 증대 차원 및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선에서 맹견보험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맹견보험 뿐 아니라 ‘펫보험’ 시장도 지난 2018년 이후 성장세를 거듭하다 정체된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국내 반려견 숫자는 약 600만마리를 기록했는데, 정작 펫보험 가입률은 0.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의료비를 책임지는 보험상품의 가입률도 이같이 저조한데, 배상책임보험인 맹견보험의 가입률이 얼마나 높겠냐는 것이 보험업권의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맹견보험을 비롯한 반려동물 보험상품의 가입률을 끌어올리려면 보험상품 이전 국가차원의 관리시스템 정착 및 반려동물 주인들의 인식전환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반려동물 등록 제도가 정착되야 제대로 된 반려동물들의 규모가 파악되고, 이에 맞는 보험상품들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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