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김 지도위원은 부산에서 서울까지 400㎞의 도보 행진을 마무리했다. 이날 김 지도위원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청와대까지 700여명의 노동계 인사·시민과 함께 행진을 진행했다.
청와대 인근에 도착한 김 지도위원은 “전두환 정권에서 해고된 김진숙은 왜 36년째 해고자인가”라며 “그 대답을 듣고 싶어 34일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고 밝혔다. 그는 “박창수, 김주익을 변론했던 노동인권 변호사가 대통령인 나라에서 왜 아직도 노동자들은 굶고 해고되고 싸워야 하는가. 최강서의 빈소를 찾아와 미안하다고 말한 분이 대통령이 된 나라에서 왜 아직도 노동자들은 여전히 죽어가는가”라고 질타했다.
고(故) 박창수 전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은 지난 1991년 안기부에 끌려가 고문당한 후 병원에서 의문사했다. 고 김주익 전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은 2003년 구조조정 반대와 노조 활동 보장을 촉구하며 크레인에서 농성을 벌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였던 고 최강서씨는 2012년 사측의 158억 손해배상소송 청구 철회를 촉구하며 세상을 떠났다.
김 지도위원은 지난해 12월30일 ‘정년’을 하루 앞두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도보 행진을 시작했다. 그는 1986년 한진중공업 노조 대의원으로 당선된 후 열악한 노동환경 등을 지적하는 노조 활동을 벌였다. 경찰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같은해 7월 해고됐다. 2009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사측에 김 지도위원에 대한 복직을 권고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김 지도위원은 해고 상태에서 정년을 맞게 됐다.

김 활동가와 정 지부장, 송 시인 등은 7일 청와대에 도착한 김 지도위원의 간곡한 만류에 단식을 중단했다. 이들은 모두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열악한 상황에서 장기 단식이 진행돼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후유증도 우려된다.

노동계는 쉽게 향후 계획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암 투병 중인 김 지도위원의 치료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단아 리멤버희망버스 지원팀장은 “김 지도위원은 빨리 입원해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저희가 또 다른 투쟁 계획을 발표하면 치료를 하지 말라고 붙잡는 형국이 된다. 단식자들도 김 지도위원의 치료를 위해서 농성을 풀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김 지도위원이 서울까지 걸어서 올라오시게 될 줄 몰랐다”며 “‘이게 나라냐’며 촛불을 들어 바꾼 정권에서 비슷한 감정을 또 다시 느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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