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생명보험업계는 호실적을 거두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증가로 증권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생보사들의 보증준비금들이 환입됐고, 변액보험·방카슈랑스 판매실적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업계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생명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30.3% 증가한 1조3705억원으로 집계됐다. 동양생명의 경우 지난해 1285억원 순익을 거두며 전년(1123억원) 대비 14.5% 증가한 실적을 거뒀다.
이 중 지난 2019년 실적 부진에 빠졌던 한화생명은 지난해 242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무려 전년대비 313.72% 증가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한화생명은 지난 2019년 당시 보유 주식 가치 하락으로 인해 손상차손이 발생, 손실이 발생하면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든 바 있다.
금융지주 산하 생보사들도 대부분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신한생명은 지난해 전체 당기순이익 으로 1778억원을 시현했으며, 신한금융 계열의 또 다른 보험사 오렌지라이프의 경우 전년 대비 2.9% 증가한 2793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나생명은 전년 대비 12.3%(29억원) 증가한 2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KB금융지주에 편입된 푸르덴셜생명도 마찬가지로 전년동기 대비 61.8%(1408억원) 증가한 2278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다만 KB생명의 경우 23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같은 생보사들의 실적 향상은 증권시장 활황에 따른 변액보험 환입금과 방카슈랑스·저축성 변액보험 판매 증가가 큰 영향을 미쳤다.
변액보험 보증준비금은 변액보험 투자실적이 악화하더라도 계약자에게 보증한 최저 보험금의 지급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보험사들이 별도로 준비하는 준비금이다. 만약 주가가 하락하면 적립해야 하는 변액보험 보증준비금 규모가 늘어나고, 실적에 기록되는 순이익이 감소하게 된다.
하지만 해당 보험사의 주가가 올라갈 경우 준비금이 환입되면서 실적상 나타나는 순이익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지난해의 경우 1분기와 2분기 코로나19로 인한 악영향이 주가에 반영, 전체적인 실적하락을 겪음에 따라 생보사들은 준비금을 적립해야만 했다. 하지만 3분기부터 본격적인 증시 활황이 일어남에 따라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지난해 3분기에 각각 2200억원, 920억원 수준의 변액보험 보증준비금을 환입하게 됐다.
은행을 통한 저축성보험 판매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대면영업이 위축된 대신 여타 다른 판매창구를 통해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펼친 것이다.
실제로 생보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24개 생보사들이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로부터 거둔 2회차 이후 보험료는 전년동기(9525억원) 대비 48.4%(4611억원) 증가한 1조413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한화생명의 2회차 이후 방카슈랑스 보험료가 같은 기간 4162억원에서 5566억원으로 33.7% 늘며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교보생명도 이를 통한 보험료 수익이 3195억원에서 5142억원으로 60.9% 증가했다.
다만 이같은 실적 향상은 장기적으로 생보업계에 악영향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방카슈랑스를 통해 판매되는 저축성 보험이 보험사의 위험을 키울 악재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최근 저금리 기조로 인해 자산운용수익이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판매된 저축성 보험상품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높은 금리를 제공해야 하다 보니 장기적으로 보면 적립금 부담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생보업계는 증시 활황을 비롯한 일시적인 요인으로 인해 실적이 상승한다는 효과를 거뒀지만, 주력 상품들의 판매실적이 증가하는 등의 모습은 찾기 힘들다”며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저축성상품에 의존하는 모습이 이어진다면 장기적으로 보면 실적 악화를 피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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