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금융당국이 농협이나 수협 등 상호금융조합의 조합원 대출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일부가 광명시흥지구에서 토지매입을 목적으로 북시흥농협에서 대규모 대출을 실행한 사건이 일어나자 금융당국이 이같은 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상호금융 대출이 늘어나는 부분의 경우 조합원 대출이 더 늘어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상호금융의 조합원과 비조합원 대출 비율은 상호금융마다 다르다. 신용협동조합(신협)의 경우 전체 대출의 3분의 2를 조합원에게 실행해야 하며, 농협은 조합원과 비조합원 대출 비중이 반반으로 실행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조합원 대출의 경우 ‘준조합원’도 포함되기 때문에 농협의 실질적인 조합원들의 대출 비중은 비조합원보다 크게 낮은 상황이다.

실제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호금융조합의 지난해  말 기준 대출 잔액은 387조원 규모로 집계됐다. 해당 수치는 전년동기 대비 약 39조원 증가한 수치로, 대출 증가율은 10%에 가깝다. 

이 중 상호금융의 지난해 말 비주택 부동산담보대출 잔액은 257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불과 1년 만에 30조7000억원이 불어났다. 상호금융의 전체 대출 잔액의 약 79% 이상이 비주택 부동산담보대출로 늘어난 셈이다. 또한 상호금융에서 가장 규모가 큰 농협을 살펴보면 전체 대출 가운데 조합원의 몫은 28.6%에 불과했다. 사실상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에게 농협 대출의 절반 이상이 나가는 구조인 셈이다.

이처럼 상호금융 내 비조합원 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 확인되면서 조합원 중심의 대출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금융당국은 상호금융 대출 시행 세칙을 손보겠다는 방침이다.

가장 대표적인 규제 방안으로 ‘예수금’ 비율 규제가 검토되고 있다. 예대율은 전체 대출들을 예수금으로 나눈 값으로, 현재 금융위 감독규정에 따르면 상호금융은 100분의 8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이 중 금융당국은 조합원 가중치를 낮추고 비조합원 가중치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안이 통과될 경우 비조합원의 대출 가중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비조합원 대출 여력이 줄어들고, 조합원들의 대출 여력은 늘어날 것이라는게 금융당국의 생각이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비주택 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이 60%인 것과는 다르게 상호금융의 비주택 담보대출 LTV는 최대 70%로 차이가 난다. 

또한 시중은행은 총부채원리상환금비율(DSR)도 평균 DSR은 40%가 적용되는 반면 상호금융은 160%가 적용되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 규제가 상호금융이 훨씬 느슨하게 적용되고 있다 보니 예대율 규제만으로는 비주담대 규제가 제대로 적용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호금융조합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득이 불안정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금융업을 영위하는 만큼 일반 금융고객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시중은행들만큼의 동일 규제를 적용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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