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금융사로부터 출연기금을 받아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 등 정책자금 대출에 이용하는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서민금융법)’이 국회의 8부 능선을 통과한 상황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시중은행을 비롯한 보험사·저축은행·여전사 등에서 매년 총 2000억원 수준의 출연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취지 자체는 공감하지만, 강제성이 다분한 만큼 부담감이 늘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서민금융 출연대상을 확대하는 서민금융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인데, 정무위원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만큼 이번달 말 개최 예정인 본회의는 사실상 통과가 확실시 되고 있다.
서민금융법 개정안은 서금원이 관리하는 금융자산의 범위를 확대, 금융회사 기금출연을 상시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출연금을 내는 회사 범위를 기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조합에서 은행과 보험,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전체 금융회사로 확대된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금융위원회는 민간 금융회사에 가계대출 잔액의 최대 0.03%까지 출연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말 기준 은행권은 1050억원, 여신전문금융업권 189억원, 보험업권 168억원 수준의 출연 의무가 생긴다. 따라서 금융권은 매년 약 2000억원의 출연금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이같은 서민금융법 개정안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서민금융 지원이라는 취지 자체는 동감하지만, 사실상 반강제적인 ‘이익공유제’로 보인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시중은행의 경우 새희망홀씨를, 저축은행업권에서는 소상공인 특별 대출을 취급하는 등 대출 상품을 지원하고 있고, 전 금융권에서는 사회공헌 활동을 비롯한 ESG경영 강화 등 금융의 공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지난해 금융당국서 법정최고금리 인하로 인한 서민금융 약화라는 부담을 민간금융으로 넘기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익공유제의 경우 금융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에 동참했다고 하지만, 국내 금융업의 위치를 보면 따를 수 밖에 없는 모습도 감안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2010년부터 시행한 새희망홀씨 대출 상품은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이 지난해 말 기준 누적 19조2546억원을 취급한 바 있다. 해당 상품은 금리와 연체율에 따른 손실을 은행이 부담한다. 또한 국내은행들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금융지원 실적은 지난 1월 기준 140조3000억원에 달했다. 해당 수치는 정책금융기관의 지원 규모(142조6000억원)와 거의 같다.
그나마 금융당국은 안정적인 서민금융지원을 위해 출연기간을 오는 2025년까지 연장하기로 기간을 정했다. 다만 은행 등 금융사들은 출연 기간이 명시돼있지 않다 보니 사실상 ‘상시 출연’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또한 금융권에서는 신용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출연금을 걷는 방식도 문제로 지적했다. 현재 서민금융법에는 신용대출 잔액에 0.03%의 요율을 곱해 출연금을 걷기로 정해져 있지만 ‘출연 한도’가 딱히 규정된 바가 없다 보니 가계대출이 늘어날수록 출연금도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하로 인한 수익성 감소 추세와, 가계대출 증가 추이가 맞물려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부담도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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