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는 이해하지만, 마음가짐은 이해할 수 없다

패배는 이해하지만, 마음가짐은 이해할 수 없다

기사승인 2021-03-25 21:55:10
사진=대한축구협회(KFA) 제공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차마 지켜보기 힘든 90분이었다.

한국은 25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서 0대 3으로 완패했다. 전반에만 야마네 미키와 가마다 다이치에게 연속골을 내준 채 끌려갔고, 후반 막판 엔도 와타루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며 3골 차로 대패했다.

10년전 악몽이 떠오르는 경기였다. 대표팀은 지난 2011년 8월10일 삿포로 돔에서 0대 3으로 패한 적이 있는데, 약 10년 만에 다시 굴욕을 겪었다.

대표팀은 정예 멤버가 다 빠진 상황이었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황희찬(라이프치히), 황의조(보르도) 등 대표팀 주축 선수들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합류하질 못했다. 

일본 역시 온전한 전력은 아니었다. 시바사키 가쿠(레가네스)와 하라구치 겐키(하노버96), 나가토모 유토, 사카이 히로키(이상 마르세유) 등 주전급 선수들이 제외됐지만 해외파 9명을 포함됐다. 한국보다는 멤버 구성이 한국보단 나았다. 벤투호가 쉽사리 이번 경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벤투 감독은 일본의 허를 찌르는 이강인 제로톱 전술을 사용했다. 이강인을 프리롤로 두면서 자유로운 역할을 부여했지만 기대와 달리 전혀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익숙하지 않은 옷을 입은 이강인은 전방서 계속 고립됐고 공을 잡기 위해 계속 중원으로 내려왔지만 상대의 강한 압박 속에 볼도 가지 않았다.

벤투 감독이 가장 중요시하는 빌드업도 통하지 않았다. 수비진에서 좀처럼 공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선수들끼리 공을 돌리다가 실수로 공을 뺏기기 일쑤였다.일본과의 중원 싸움서 완패하며 볼을 전방으로 보내는 시도조차 거의 하지 못했다. 상대의 강한 압박에 계속 볼이 차단됐고, 수비 뒤공간을 노리는 일본의 공격에 고전했다.

전술 싸움에서 완패였지만 선수단의 마음가짐은 더욱 많은 이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고 하는 한일전에 임하는 투지도 보이지 않았다. 라이벌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이날 대표팀은 단 14개의 슈팅을 시도하는 데 그쳤다. 반면 일본은 15개의 슈팅을 시도했다. 한국은 이날 유효슈팅이 단 한 개도 없었다. 치욕적이었다. 이를 악무는 모습보단 공을 쫓다가 포기하는 모습이 계속 연출됐다.

특히 실점 장면에서 선수단의 안일함이 도드라졌다. 전반 첫 실점 장면은 온전히 수비진의 실수였다. 김영권의 발에 맞고 뜬 공을 김영권, 나상호가 볼처리를 주저했다. 이를 오사코가 백힐로 연결했고, 아마네의 골로 연결됐다. 두 번째 실점도 마찬가지였다. 중원에서 빼앗긴 공을 그대로 역습을 허용해 골을 헌납했다.

한국은 후반 37분 선수 교체 상황에서 수비 집중력까지 떨어지며 엔도에게 3번째 골을 허용, 사실상 전의를 상실했다.

한국은 이날 파울 7개를 범했는데 일본은 15개를 범했다. 의욕없던 지표가 뻔히 드러났다. 투지와 정신력 측면에서도 완패하면서 무릎을 꿇었다.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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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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