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일전은 성사 당시부터 말들이 많았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코로나19 상황 속 굳이 일본 원정이 추진됐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굳이 일본 원정을 떠나야 하나’라는 의문부호가 붙었다.
일본은 도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한일전을 통해 국제경기를 치를 수 있는 가능성을 증명하려 했고, 대한축구협회는 6월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손발을 맞출 기회로 삼았다. 두 국가와 협회의 뜻이 맞으면서 어렵사리 대회 일정이 진행됐다.
시작부터 고난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구단들이 선수 차출을 거부했다. 손흥민(29·토트넘), 황의조(29·보르도), 황희찬(25·라이프치히), 이재성(29·홀슈타인 킬), 황인범(25·루빈 카잔), 김민재(25·베이징 궈안) 등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졌다.
부상과 코로나19 확진 문제도 겹쳤다. 윤빛가람(28·울산 현대)과 엄원상(23·광주FC) 부상으로 교체됐고, 주세종(31·감바 오사카)은 뒤늦게 코로나19에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소집되질 못했다.
선수 선발 과정에서도 잡음이 일었다. 이번 한일전에 울산 선수 7명이 차출됐는데, 이 중 부상으로 몸상태가 온전치 않던 홍철이 뽑혔다. 이를 두고 홍명보 울산 감독은 지난 16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을 앞두고 “홍철은 몸이 안 좋다”면서 “선수 본인이 오늘 경기에선 경기를 뛸 수 있는 준비도 안 됐고, 자신감이 없다는 이유로 결장을 원했다. 그런데 이 선수가 대표팀에 발탁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홍 감독은 장기적으로 대표팀 운영에서 K리그와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내놨다. 홍 감독은 “대표팀에선 일방적으로 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각 팀과 소통하는 장이 열려야 한다. 건강한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뛸 수 있도록 대화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기 직전에도 축구대표팀은 코로나19에 벌벌 떨어야만 했다. 경기 개최 이틀전에는 일본측 수석코치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고, 경기 시작 2시간 전에 대표팀이 머물던 호텔의 관리인 1명이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어렵사리 열린 대회에서 대표팀은 말 그대로 처참한 경기력을 보였다. 0대 3, 치욕적인 패배였다. 10년 전 ‘삿포로 참사’가 다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공수 양면에서 문제점이 드러났고, 선수들의 패기와 의지마저 찾아볼 수 없었다. 투지마저 사라진 모습에 축구팬들도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벤투 감독의 전술도 마찬가지였다. 말 그대로 완벽한 패배였다.
또한 이날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한일전에 체재비 등의 지원은 받지만, 초청비는 받지 않고 경기를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내외적으로 모든 걸 얻지 못한 상황이다.
이젠 K리그 내 코로나19 확진 우려를 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날 경기에서 일본 관중들은 마스크를 벗고 라면을 먹는 장면이 무더기로 포착됐다. 더욱이 질서정연하게 경기장을 채운 것이 아닌 1층에 관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국내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국내파 선수들은 16일 귀국 직후 파주 축구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7일간 자가격리에 돌입하는데, 만일 한 명의 확진자라도 발생한다면 K리그 일정은 변경히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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