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경] 소설·드라마로 보는 M&A 용어

[알경] 소설·드라마로 보는 M&A 용어

기사승인 2021-04-13 06:09:01
[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경제 뉴스에서 자주 언급되는 M&A(인수합병)이라는 용어는 접했을 겁니다. 하지만 인수 합병 방식에 대해서는 다소 전문적인 용어로 인해 가독성을 떨어지게 합니다. 기업 M&A 방식을 쉽게 이해한다면 기업과 시장에 대한 이해도도 더욱 빠를 겁니다. ‘알기쉬운 경제’(알경)에서는 소설과 미디어를 통해서 등장한 다양한 M&A 용어를 살펴보기로 합니다. 

논픽션 소설 ‘문 앞의 야만인들’…사모펀드 LBO(차입매수) 인수합병 다뤄

논픽션 소설이 대학 경영학 교과서로 등장하거나 ‘국부론’과 함께 최고 경영 도서로 선정되는 사례는 드뭅니다. 하지만 ‘문 앞의 야만인들’이라는 소설은 출간한지 수십년이 넘었지만 최고의 경영학 교과서로 꼽힙니다.

이 소설은 글로벌 사모펀드로 잘 알려져 있는 ‘KKR’ 지난 1998년 식품업체 RJR 나비스코를 310억 달러에 인수하는 과정을 담은 책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였던 브라이언 버로와 존 헤일러가 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 과정을 취재한 내용을 소설로 재탄생된 것입니다. 

이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LBO(leveraged buyout)라는 용어는 말 그대로 차입매수를 뜻합니다. 인수 대상이 되는 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기업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레버리지(대출)을 통해 빌리는 기법입니다. 

사모펀드 KKR은 ‘RJR 나비스코’ 인수를 위해 당시 사상 최고가의 거래 규모인 311억 달러를 제시했습니다. 20여년 전 100억 달러가 넘는 M&A 사례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을 감안한다면 당대 최대 빅딜로 손꼽입니다. 이 기록은 2007년까지 깨지지 않았습니다.

KKR은 당시 인수자금(311억 달러) 가운데 190억 달러를 금융기업으로부터 빌리게 되는데요. KKR은 자금을 차입(대출)하면서 인수 기업(RJR 나비스코)가 가진 자산을 담보로 제공했습니다. 

이 소설은 탐욕적인 월가의 생리, 경영자의 모럴헤저드를 낱낱이 보여줍니다. RJR 나비스코의 CEO(최고경영자) 로스 존슨은 주가 부양을 위해 시장 매각을 제안했고, 이 과정에서 KKR, 골드만 삭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모건 스탠리 등 수많은 금융사들이 인수전에 참여하게 됩니다. 

소설의 결말은 결국 소수의 승자만이 살아남게 됩니다. 이 가운데 RIP 나비스코 CEO 로스 존슨은 자의반 타이반으로 KKR에 회사를 팔아버리게 되지게 되지만 5000만 달러에 달하는 고액의 퇴직금을 받고 배를 불렸습니다. 반면 인수 합병 이후 RJR나비스코는 구조조정 칼바람으로 인해 1000명이 넘는 인원이 정리해고 됩니다. 

M&A에서 LBO 기법은 종종 등장하곤 합니다. 하지만 악용되는 사례도 종종 나타납니다. 대표적으로 몇 년 전 국내에서도 기업사냥꾼들이 LBO 기법을 통해 자기자본 없이 사채로 기업을 인수해 수백억원을 빼돌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해 인수 대상 기업의 예금과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마련해 기업을 인수했고, 이후 회사의 자금을 횡령하는 방식을 쓰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LBO라도 인수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했을 경우 ‘배임’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합니다. 

사모펀드, 약탈자 혹은 구세주?…하게타카 통해 본 TOB

일본의 경제소설이자 드라마로 제작된 ‘하게타카’는 부실기업의 채권이나 주식을 매수해 최대한 수익을 뽑은 뒤 고가로 팔아넘기는 사모펀드(벌처펀드, Vulture fund)에 대한 내용을 다룬 것입니다. 특히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시대 이후 기업 매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기에 출간 당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어 지난 2007년 일본 국영방송 NHK에서 드라마로 방영됐고, 이후 2018년 아사히TV에서 리메이크 버전이 나왔습니다. 특히 리메이크 버전에는 한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진사와지리 에리카(1리터의 눈물)가 출연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작품은 은행원에서 외국계 PE(프라이빗 에쿼티) 펀드매니저로 변신한 와시즈 마사히코가 자국으로 들어와 부실한 기업들을 인수한 뒤 회생시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습니다. 

와시즈는 원래 미츠바은행의 직원이었으나 자신의 고객이 (은행의 반강제적인) 대출자금 회수로 자살하자 크게 상심한 뒤 미국으로 건네 가게 됩니다. 그는 미국 유학 시 월가의 금융기법을 새롭게 배워 호라이즌 펀드 일본계 대표로 다시 복귀하게 됩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TOB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합니다. TOB((Take Over Bid)란 공개매수를 의미하는 M&A 기법으로 유가증권의 매입기간 가격 수량 등을 미리 공고하고, 그 조건에 따라 공개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인수기업이 인수하고자 하는 대상기업의 불특정 다수주주를 상대로 장외에서 일정기간 특정가격으로 매도하라고 권유하면서 자신의 지분을 늘려갑니다. 적대적 M&A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기법입니다. 때문에 간혹 인수자 측이 대상 기업에 경영권 방어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공휴일이나 주말에 언론을 통해 TOB를 선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영국 사모펀드 CVC캐피털파트너스가 일본의 가전기업으로 잘 알려진 도시바를 대상으로 TOB를 선언했습니다. CVC캐피털파트너스는 이달 7일 공식적으로 일본 도시바에 인수 제안을 했고, 도시바 경영진과 일본정부가 승인할 경우 TOB를 나선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TOB 사례는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분쟁입니다. 지난 2003년 하반기부터 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를 놓고 그룹과 친인척 회사인 금강고려화학(KCC) 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KCC 금강고려화학은 2004년 2월 12일 공시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주식 57만1500주(8.01%)를 주당 7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죠. 두 기업 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당시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약 10배 가까이 폭등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기업 간 인수합병이 늘 부정적인 이슈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적대적 인수합병이 아닌 기업 대 기업으로 시너지 창출을 위한 M&A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구글이 (한때 삼성전자가 외면한) 안드로이드 인수는 ‘신의 한수’로 꼽히는 인수합병 사례입니다. 

또한 노조 혹은 종업원들이 주체가 돼 M&A에 나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EBO(Employee Buyout)는 경영자나 사모펀드가 아닌 종업원들이 직접 M&A에 나서는 방식으로 국내에서는 한국종합기술이 상장사 가운데 처음으로 EBO에 성공한 사례입니다. 한국종합기술 우리사주조합이 직접 한진중공업홀딩스가 보유한 한국종합기술의 지분을 인수했습니다. 한때 쌍용건설 사주조합도 지난 2008년 매각 당시 EBO 방식을 통해 회사 경영권 인수를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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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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